[센터-발표문] 한국 다문화 정책, 변화의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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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문화 ’ 정책, 변화의 탐색 오경석 (경기도 외국인인권지원센터)


“이건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요. 우리 나라에 ‘다문화’라는 게 있긴 있 는 건가요? 그러니까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살고 있으니까 그걸 그냥 다문화 라고 하는 건가요? 아니면 실제로 사람들의 삶이 다문화적으로 변화했다, 그런 것을 말 하는 건가요?”(모지자체 관련 공무원)

1. 정책 변화에 대한 공감대 다문화주의는 일반적으로 “문화적 교류 및 혼합과 관련”해서 다원화된 사회인구적 현 상, 다양성과 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정책, 그러한 규범과 가치를 정형화하고자 하는 윤리와 철학이라는 세 가지 내용을 동시에 지시하는 개념이다(최병두 2011). 다원화된 사회인구적 현상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다문화 사회임은 이론의 여지 가 있을 수 없다. 이주민의 인구 규모는 점증하고 있으며 다양성도 증대하고 있다. 2050 년 즈음이면 한국 전체 인구의 10%에 이를 것으로 예견될 정도이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서 외국 인 인구의 수용 및 관리라는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출범하였다. 인구 정책으로 입론되 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제도와 인프라 구축, 그리고 다문화라는 용 어의 사회적 확산과 다문화주의 담론의 주류화라는 면에서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 를 만들어냈다.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정부 주도의 다문화주의가 이론적으로 는 예측하기 어려운 “있을 법 하지 않은” 효과를 만들어낸 셈이다(Hui-Jung Kim 2009). 그러나 최근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정책과 현실의 간극, 정책과 제도의 비일관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다문화가족을 제외하고도 가족 단위 외국인의 규모가 점증하고 있다(정기 선 2014). 특히 그들의 자녀들의 규모는 급증하는 추세다. ‘비다문화가족’ 외국인 가족 자녀들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실질적인 한국인들이다(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 터 2013). 정부의 정책 기조는 여전히 정주화 방지에 맞추어져 있으며 외국인 가족 자녀 들의 기본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소중제조업체와 농어업 분야는 ‘보호할 만한 내국인 노동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고용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안정적인 고용이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의 체류 기간은 최장 9년 8개월이다. 그러 나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횟수, 사유, 재구직 기간 등은 여전히 제한되며, 가족동 반 역시 불허된다. 정책과 현실, 정책과 제도 사이의 이러한 간극은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인구 관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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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넘어서서 ‘문화적 소수자의 다양성과 인권을 보장하는 정책’으로의 변화를 모색해 야 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정책의 초점은 다양한 문화 집단과 이질적 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인들이 “사회적 연대와 정치적 대표”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구성의 원리”에 대한 모색으로 재정립될 수 있어야 한다(김남국 2010). 정책의 공백 혹은 정책의 지체로 인한 몇 가지 좀 더 우려스러운 상황들도 관측된다.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다문화 사회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탐색이 본격화되기 도 전에 역차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발현하고 있다. 많은 정책 과제들(2014년 정부 가 시행중인 외국인 정책 관련 과제는 1,272개이며 비용은 8,792억원으로 추산된다)이 시행되고 있으나 정책 사각 지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책 사각 지대의 확대와 방임 은 통치의 공백(‘국가 없음’) 효과를 나으며, 이는 다문화 정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지지 를 반감시킨다. 다문화 정책 혹은 통치의 공백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반다문화주의자들이다. ‘신 인종주의’를 매개로 그들의 정치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 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반다문화주의자들의 규모는 6천여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 다. 이들 중 일부는 사회단체로 등록되어 있으며 “정부의 이주민 정책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될 뿐 아니라, 한국인의 내면화된 인종주의를 ‘공론화’시키고 있다”(장서연 2012, 김현미 2014). 다행스러운 것은 정책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최근들어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의식은 공공 부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여성가 족부는 ‘다문화 2기’를 선언하며, 다문화가족의 범위를 이주배경을 가진 가족으로 나아 가 이주민과 선주민의 구분없는 가족 전체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 육관광부는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반문화적이고 비다원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는 판단 하에 내부적으로 다문화라는 용어를 금칙어로 설정, 문화다양성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 을 모색중이다. 법무부 또한 ‘외국인의 정주화’ 현상에 주목하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부 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은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한 단계 진일보해야 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문제의 식하에 정책과 현실, 정책과 제도 간의 간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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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문화 정책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다문화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추상 수준이 상이한 몇 가지 평가의 틀 을 다음가 같이 제안해 볼 수 있다.(표 1)

<표 1> 다문화 정책의 평가 틀 추상수준

범주

평가 내용 인구 정책

거시

개념

이민 정책(출입국, 외국인력 관리, 사회통합) 다문화주의 정책(관용, 비차별의 제도화, 다문화주의) 민주성 : 대상의 포괄성과 자기결정성 문화성 : 문화다양성의 활성화 정도

중범위

정책

효율성 : 통합적인 추진체계 현실적합성 : 사회적 소수의 요구 정도 및 시민사회의 개입 수준과 방향 파생적 외부효과(derived externalities) 예산 : 충분한 자원의 확보와 공정한 배분

미시

정책 구성 요소

조직 : 전담 종사자 및 협력체계 사업 : 포괄성, 차별성, 적절성

이러한 분석틀을 활용해서 한국의 다문화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진단과 분석, 그 리고 개선 방안 및 대안들이 제시된 바 있다. 개념적인 수준에서 한국에는 보편적인 이민 정책이 부재하며, 사회통합이라는 개념도 일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매우 협소하게 왜곡되어 적용되고 있다(이혜경 2012, 설동훈 2014). 관용의 문화는 상징적이며, 비차별의 법제화는 제한적이다. 공론장에의 정치적, 문화적 참여는 ‘모범 이주민’에게만 잠깐씩 허용된다(김남국 2010, 오경석 2014). 정책 대상은 제한적이며 정책 수요(이주민의 욕구)는 동질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정책 환경에 대한 실태 파악이 미비한 상태에서 시행되는 프로그램들은 과잉과 결핍이라는 현상을 낳는다. 예측불가능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개연성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중 장기적인 전망 역시 매우 취약한 편이다(오경석・박선권・구본규, 2011).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관련 예산은 매우 적은 편이며 게다가 불균등하게 배치되어 있다. 예산의 대부분은 국비이며, 결혼이민자가 타겟이다. 전담조직은 취약하며 민관협 력 사업은 전체 사업의 2% 남짓에 불과하다. 사업의 포괄성, 차별성, 적절성 모두 만족 스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정명주 2012). 이주민 당사자들에게 한국의 다문화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보장”이 없거나 출신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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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계층에 따른 차별의 문제에 무관심한 ‘한국화’ 프로젝트일 뿐이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의 다문화 정책을 환영하지만 아쉬움도 토로한다. “한국의 다문화라는 것이 한국화가 되고 있잖아요, 그게 (한국식) ‘다문화’라고 생각해 요, 어울리는 말은 아닌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다문화가 아니라 한국화. 한국화 되는 거고. 그래서 많이 부족하고 다문화에 대한, 다양한 문화에 대한 보장성이 없다고 보는 거죠... ”(한양대글로벌다문화연구원 2012) “그들 중 일부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그리고 잘 알려진 나라 사람들과는 달 리 피부가 하얗지 않아서 한국 사람들에게 차별을 당합니다. 사람들은, 얼굴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능력과 좋은 매너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한국사회가 아직도 유교적 가부 장제의 전통과 강한 동질성이 지배적이지만, 시민이라는 관점으로 외국인 이민자들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만약 동화가 아니라 다문화주의가 목적이라면, 한국사회는 재분배와 인정에 의한 정의, 이 세계화 시대에서 시민성에 대한 이해, 시민권으로서 문화적 권리 와 성별의 권리라는 쟁점에 대해 더 폭넓게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계명대학교 다문 화사회연구및교육센터・국가인권위원회 2011) 국제 사회는 한국 정부가 난민법 및 (이주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제정하고 국적・난민과를 설치하는 등의 긍정적 조치들을 취한 것은 높이 평가 하지만 그러한 제도적 성취 이면에 인종주의가 확산되고 있음에 대해서는 우려해 마지 않는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사회에 비시민을 향한 인종주의적 혐오발언이 대중 매체와 인터넷에서 더욱 확산되고 노골적이 되어가고 있음에 주목한다. 위원회는 개인 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가 인종 우월주의적인 사상을 유포하거나 인종 혐 오를 선동하는 행위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님에 주목한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대중매 체, 인터넷 및 소셜 네트워크를 감독하여 인종 우월주의적 사상을 유포하거나 외국인에 대하여 인종적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적발할 것을 권고한다. 이러한 행위의 주체들을 기소하고 적절하게 처벌할 것을 권고한다.”(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12)

3. 변화를 위한 탐색 기존의 논의들을 종합하면, 다문화 정책의 변화를 탐색하기 위해 필요한 토론의 주제 혹은 과제의 목록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우선 명확한 정책 개념이 설립될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사각 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회 통합 정책으로의 전환이 모색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다양성의 활성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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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될 수 있어야 하며, 책임있고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위해 통합적인 추진 체계가 구축될 수 있어야 한다. 무 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모색은 당사자의 욕구와 역량 파악에 기초해야 하 며, 정책 공간과 현장의 매개자인 공공부문 인터페이스 종사자들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 어야 한다.

1) 개념의 조정 한국에는 “이주민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정책은 부재한다”(이한숙 2013). 관계 부처에 따라 ‘외국인 정책’(법무부), ‘외국인 주민 정책’(안전행정부), ‘외국인 인력 정책’(고용노동부), ‘다문화 가족 정책’(여성가족부), ‘다문화 교육 정책’(교육부), ‘다문화 장병 정책’(국방부) 등이 독자적으로 수행되는 탓이다(설동훈 2014). 이런 면에서 한국적인 상황에서 ‘다문화’ 정책이란 포괄적으로 다문화적 상황에 대응 하는 정책 일반을 지시하며 크게 외국인 정책과 다문화가족지원정책으로 대별된다(정명 주 2012). 이렇듯 복잡한 용어 사용은 ‘정상적인 우리’의 문제로서 이민 현상에 대한 보편적이며 통합적인 접근을 차단한다. 이민 정책이 내외국인을 모두 포괄하며 특히 “사회 내 다양 한 소수자 (minority) 집단을 포용하는 정책”임을 간과하고 외국인에 대한 분리주의적인 접근을 정당화한다(이혜경 2012, 김현미 2014, 설동훈 2014). 행정 편의주의 및 부처간 칸막이 현상으로 인한 개념의 혼재는 “부처간 역할 분담 내 지 추진 체계에서의 혼선을 발생”(설동훈 2014) 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주민의 정체성 을 인위적으로 분절화시킴으로써 그들의 존재론을 탈인격적이며 도구적인 정책의 대상, 곧 서비스의 수혜자나 관리의 대상으로 격하시킨다. 이런 점에서 보편적인 정책 개념의 수립 혹은 조정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 다. 이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책 용어의 혼재 혹은 혼란이 단순한 선호의 문제 혹은 개념의 문제로 단순화되거나 추상화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를 ‘외국인’, ‘이주민’, ‘이민자’, ‘다문화가족’ 등으로 호명하는 것에는 일종의 재현의 정치(politics of representation)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재현의 정치 혹은 개념 규정 의 정치(struggling for defining)를 통해 각기 다른 용어는 이주민들에게 각기 다른 사회적 사실성을 부여한다. 상이한 호명에 의해 이주민들은 상이한 집단이나 조직이 선호하는 상이한 질서 체제에 배치되는 셈이다.(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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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정책 용어와 배경 가정 선호하는 용어

배경 가정

선호집단

외국인

국가주의

법무부

외국인주민

국가주의+지역주의

안정행정부

이민

국제주의

학계

이주민

초국가주의

시민사회, 국제인권레짐

다문화가족

민족주의

여성가족부

다문화

초/국가주의

학계, 시민사회

문화다양성

국민국가들 사이의 다양성

문화체육관광부

이것은 용어의 조정을 위해서는 개념의 혼란을 바로잡는 일 만큼이나 각각의 용어를 선호하는 집단들 사이의 정치적 지향과 이주민의 사회적 위상 및 다문화 사회라는 새로 운 질서에 대한 상이한 견해를 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민 정책의 수립은 단순히 정부 내 의사 결정의 결과만이 아닐 것이며, 오히려 이민과 관련한 여러 이익 집단 간 힘의 균형에 따라 결정” 되는 것이다(설동훈 2014).

2) 사회 통합 ‘사회 통합’은 정부와 시민사회,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이 추구하는 다문화 정책의 일관된 목표이다. ‘2차 외국인 기본 계획’에 설계된 사회 통합 정책은 “이민자의 우리 사회 적응 및 정착을 넘어 역량을 강화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것으로 압축된다(법 무부 2012). 비통합된 이주민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잠정적인 ‘사회적 분열과 혼란의 위 험성’은 이주 운동 진영이 가장 많이 동원하는 이주민 권리 주창을 위한 근거 담론이기 도 하다. 사회통합 정책을 둘러싼 가장 일반적인 논란은 선주민 대한 통합적 고려를 간과한 채 이주민만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곧 “이주민과 선주민의 분리나 위계를 전 제”하는 전통적인 사회통합 관점이 고수되는 가운데 ‘협의의 사회통합’ 정책이 “지나치 게 집중”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이혜경 2012, 김현미 2014). 선주민들과 이주민들이 상호 작용의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회적 관계와 문 화적 형태들”에 주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중인 사회통합 프로그램은 “교육과 정, 교재, 강사의 표준화 및 전문화”를 매개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데에 그치 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문화 시대의 탈전통적인 사회 통합 정책에는 부합하지 못한다(김 남국 2012, 김현미 2014).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행중인 ‘외국인 대상’ 수상자들의 자격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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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정도 및 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전파의 의지 등이다. 이를테면 수상사유에는 “본국 에서 한국어 기초를 완벽하게 학습, 동료 친구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침”, “한 국 음식, 노래 그리고 한국 영화도 좋아하는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 정서를 가지고 있 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몸소 실천하는 실례로 본인의 결혼식을 전통 혼례로 치루었으며 자녀의 돌잔치 또한 한국 전통식으로 치루며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 냄” 등 대동소이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오경석 2014). 협의의 사회 통합 정책은 이주민들에게도 포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국인 내부에서도 ‘통합과 배제’의 대상이 엄격하게 구 분되는 탓이다. 이를테면 현행 정책의 우선 순위는 결혼이민자> 북한이탈주민> 영주자 등> 난민> 전문기술직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 생산직 이주노동자> 기타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순으로 서열화되어 있다(설동훈 2014). “특정 집단이 배제되고 불이익을 당하”는 통합 정책인 셈이다(이용승 2012).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은 한국 사회에 이미 경 제적으로 ‘완벽히’ 통합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회통합은 다양한 방식으 로 차단된다. 영주권 전치주의가 대표적이다. 형식적이며 기계적인 사회적 연대를 넘어 사회결속력(socila cohesion)을 제고시키는 데 에 기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회 통합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요청된다. 낯선 이주민과 문화적 소수자를 동등하며 완전한 인간 혹은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표현과 접근 등에 있어서의 차별 의 목록을 구체화하고 그에 대한 가중 처벌을 명문화하는 일이다. 그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선주민과 이주민(시민과 비시민) 사이의 권리의 격차와 차등 을 점차 줄여나가는 노력이 병행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에 핵심은 “모든 이주민들이 공정하고 동등한 기회를 통해 체류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게 부여된 체류권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에게 부여되는 다양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주인권 연대 2012, Baubőck 2006). 이런 전제 하에 통합의 기준 혹은 자격이 재정립될 수 있어야 하며, 그에 따라 통합 정책의 우선 순위 역시 재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

3) 거버넌스 ‘다문화’ 정책의 대상이 전통적인 사회 정책과는 달리 특정한 사회 집단으로 제한될 수 없으며 다양한 욕구를 가진 전 사회집단(에쓰닉 마이노리티, 소셜 마이노리티, 주류 사회 구성원)을 포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시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직 체제는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 혹은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이주민, (선)주민 등의 다양한 행위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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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력 체제’의 구축이 향후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진일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한국다문화학회 2011). 이런 점에서 다문화 정책의 핵심 과제 중의 하나는 “궁극적으로 이민자와 기존 시민이 공존하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지역 중심의 사회 통합 지원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 이다(김남국 2012).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사이에 “다양한 방식의 거버넌스 추진체계”가 구축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설동훈 2014). 거버넌스 체제 구축의 당위적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실효성이다. 거버넌스 체제가 자원과 정보 뿐만 아니라 인력과 권한의 교류를 통해 실질적인 다문 화 정책의 의사결정 및 추진 체계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거버넌스 체 제 자체의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이를테면 ‘준공공부문으로서의) 위상이 인정될 수 있어 야 한다. 그리고 참여자들 사이의 힘의 균형이 전제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참여 자들 사이의 자원과 권력이 불균등하다면 힘의 균형을 강제할 수 있는 조처들이 도입될 수 있어야 하는 셈이다. 한국의 경우 참여 주체들 사이의 힘은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중앙 정부의 역할은 막강하다. 중앙-지방의 전통적인 위계를 바탕으로 중앙 정부가 권한과 재원, 컨 텐츠 등 모든 ‘실탄’을 독점한다. 그에 반해 지자체들의 역할은 미미하다. 중앙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수동적인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한 국다문화학회 2010). 다문화와 같이 탈전통적인 업무의 경우 광역과 기초 지자체 사이의 위계 역시 여전하다. 시민 사회는 양적으로 확대되어 수천개의 지원단체가 등록되어 있 지만 규모의 증가만큼이나 정부 의존도 역시 심화되고 있다. 이런 불균등한 권력 관계에서 독자적인 거버넌스 혹은 준공공부문의 성공적인 작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협력 체제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내 외국인복지센터들의 설치 및 운영 조례, 위수탁협약서 등은 한국 사회 준공공부문의 종속적인 위상을 잘 보여준다. 조례는 센터의 기능을 ‘상담, 교육, 구호, 문화체육활동 지원’ 등으로 정형화시킴으로 써 각 지역 친화적인 사업 시행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위수탁 협약서에 센터 운영 의 독립성 보장에 대한 조항을 포함시킨 곳 역시 거의 없다.

4) 컨트롤 타워 다문화 정책의 변화를 탐색하는 데에 있어서 “현재 가장 시급한 사안은 각각 분리되어 있는 외국인 정책과 사회통합정책의 연계는 물론 이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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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추진 체계의 구성”이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같이 한다(이혜경 2012). “만약 우리 나라 정부 조직이 ‘전 정부’적 접근을 통해 ‘부처들 사이에 존재하는 칸막이’를 제 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변화한 시대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정책 실패를 양산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도 내려진다(설동훈 2014). 물론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담당 부처들 사이의 경쟁을 격화시켜 단기간에 성과를 만 들어낼 수 있었으며 다문화주의를 확산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가능 하다. 이를테면 다른 국가들의 경우 지난한 투쟁의 과정을 거쳐서야 시행될 수 있었던 미등록 아동의 교육권, 영주권자의 제한적 참정권 등이 대표적인 성과로 간주된다(김남 국 2012). 그러나 관련 조직 간의 ‘칸막이 현상’으로 인한 업무의 중복과 누락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예산 낭비와 비효율성은 물론, 정책의 일관성, 형평성, 정당성 등 역시 논란의 대상 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표 3)

<표 3> 외국인 관련 법령, 주무부처 및 대상자 비교 주무기관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통일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구분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다문화가족 지원법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재외동포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초・중등교육법

대 상

재한외국인

외국인근로자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가족)

북한이탈주민

재외동포

이주아동, 청소년

다문화 정책의 종합적인 컨트롤 타워의 위상과 관련해서는 크게 ‘독립적 이민정책 집 행기관으로서 ‘국적・이민처’ 혹은 ‘이민청’의 설립안과 ‘위원회’ 설립안이 제안된 바 있 다(설동훈 2014, 이혜경 2012). 컨트롤 타워의 구축과 관련 주목해야 할 점은 위상과 기능 뿐만 아니라 책무와 권한의 명문화 그리고 운영 방식의 변화 등이다. 컨트롤 타워의 구축이 권한과 자원에 대한 집 중으로 이해된다면 누군가의 말처럼 그것은 “백년이 지나도 불가능한 기획”일지 모른다. 예산과 조직의 크기로 서열이 확정되는 정부 편제에서 자기 밥그릇을 얌전하게 내어 줄 관계자는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컨트롤 타워의 독립성은 중요해진다. 정권의 교체나 권력의 이동에 관계없이 중장기적인 전망에서 보편적인 사회통합 정책 의 독립적인 추진체계로서 기능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그것의 이름은 이민이나 출입국 관련개념보다는 ‘반차별, 인권, 평등’ 등 보다 확장된 지평에서 탐색되는 것이 보다 적절 할 듯 보인다. 그리고 권한보다는 책무의 중심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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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컨트롤 타워가 현행가 같이 탑다운 방식으로 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권한의 이양이다. 이양의 대상은 지방정부이다. 지역 사회는 “이주민의 유입 및 정착과 가장 친화적인 공간”이며, “따라서 외국인의 정착 과정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체”이기도 하다(최병두 2012). 이런 점에서 내외국인 차별 없이 광의의 사회통합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주체는 중앙 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이다(정명주 2012). 중요한 것은 ‘중앙에서 지역으로’의 권한 이동은 ‘위로부터 아래로의’ 무게 중심의 이 동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요자의 욕구(의 다양성)보다 행정의 일 사분람함에 집중하는 탑다운 방식은 지방정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행정의 비대 함(획일성의 확장)과 당사자의 배제(다양성의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5) 당사자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는 당사자 집단이라 고 할 수 있는 이주민 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의 요구 정도이다(김남국 2012). “다문화 정책이 구체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이주자들의 생활 양식이나 자조 공동체 들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부터 선행될 수 있어야 하는 셈이다(김현미 2014). 그러나 한국의 다문화주의가 당사자의 요구 혹은 욕구 파악에 미흡하며 그를 반영하는 데에 매우 인색하다는 점은 알려진 바와 같다. 그것은 몇 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이주민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고정관념과 적대적인 편견)이 확산된다. 경기도 내 이주민 집주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다문화’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라고 한 적이 있다. 아이들 대부분은 다문화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도움 정도로 축소 시켜 표현한다.(그림 1) 대부분의 미디어는 다문화 가정의 이미지를 “문제가 있어서 도 움 받아야 되는 집단”으로 재현한다. 한국인 배우자나 이웃들의 역할은 “훌륭한 멘토”가 되어 그들을 돕는 일이다. 지난 2년 동안 다문화가정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검색된 기사 30,656건 가운데 6.963건은 지원의 대상으로 3,573건은 소외 계층으로 기술한다(정혜실 2014). 이런 관념을 통해 그들의 존재는 가시화되지만 역량은 주변화된다. 이 경우 상이한 문 화들의 공존은 권력과 덕의 비대칭성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한 것이 된다. 그림 속의 파 란 옷을 입은 키가 크고 능동적인 ‘단일 문화’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너 다문화 아이구 나. 나랑 같이 놀지 않을래?” 그러자 초록 옷을 입은 ‘작고 위축된’ ‘다문화’ 아이가 답한 다. “고마워”.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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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림2]

정책 공간에 알려지지 않은 수 백 개의 이주민 자조 공동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 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이 매우 높은 지역 사회 소속감을 지니고 있음도 보고된 바 있 다. 그러나 그들의 정책 만족도와 참여도는 아주 낮은 수준이다. 2011년 사회통합프로그 램의 참여율은 3.59%에 불과하다(김명현 2012). 2013년 경기도내 외국인근로자 가족들의 경우 조사 대상 응답자들의 69.6%는 시군에서 주최하는 행사나 축제에 참여한 경험이 없었으며, 72.6%는 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문화・체육 활동에 참가한 경험이 없었다(경 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2013). 이주민 당사자의 정책 참여를 제고시켜 정책의 효과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욕구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 역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라는 이주 공간을 어떻 게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목록도 달라진다. 현행과 같이 출신국가별, 체류유형별, 체류 자격별로 그들에게 획일적 이고 인위적인 정체성을 부여하는 방식은 재고될 수 있어야 한다. 당사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 설계가 이루어질 때, 책무에 대한 강조 역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를 간과하는 일방적인 책무의 부여는 당사자 의 지지라기보다는 반발을 이끌어낼 개연성이 높다. 한국의 관련 법제가 자신들의 현실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때 ‘일탈 행위’가 좀 더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외국인의 강력 범죄는 일반적으로 “외국인의 치안 부재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다(최영신・강석진 2012). 자신의 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할 수단을 발견하기 어려울 때 부정적인 선택이 이루지는 셈이다. 공동체 소속감과 지역 사회에의 긍 지가 매우 높은 경기도내 모 지역 이주민들의 경우 주민세 체납율은 무려 9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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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공 부문 인터페이스 종사자 지방 자치 단체 공공 부문 종사자들은 현장과 정책 공간의 경계 지점에서 활동하는 다 문화 정책의 실질적인 집행자이며, 정책 수요의 직접적인 청취자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 한 행위자이다. 다문화 정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역량 강화의 문제가 반드시 함 께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2013년 경기도내 31개 지자체 외국인 및 다문화 관련 공 무원 11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인권의식 조사에 따르면, 이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한 응답 자들의 주관적인 인식과 객관적인 현실이 대부분의 항목에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 러났다. 이주민의 사회・경제적 위상 관련해서도 양가적이며 태도가 관측되었다. 결혼이 주여성의 대부분이 국민이거나 준국민의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미미한 수준이지만 반감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이 매우 열악한 업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주민 인구의 규모에 비해 담당 공무원의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며 조직적인 위상도 매우 취약 하다. 업무의 강도는 세고 개혁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나 그에 대한 역량 강화 기회나 인센티브 부여는 거의 전무하다. 인사 규정에 있어서 특례 대상도 아닌 탓에 업무의 지 속성 자체가 불안정하다. 중앙 정부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하달된 사업을 단순히 이행하 는 전형적인 ‘탑 다운’식의 행정이 반복되고 있으며, 단체장과 정책의사결정권자들은 외 국인 및 다문화 분야를 여전히 핵심 업무 분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우리 가 직접 만나본 지자체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지역친화적인 다문화 정책 수행의 장애물 과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표 4)

<표 4> 지역 다문화 정책의 장애물과 과제 범주 추진 체계

사업 내용

내용

효과

과제

중앙 정부 중심의 일방적 사업 하달 행정 낭비와 업무 과다

보조금 직접 지원

단체장과 의사결정자들의 인식

정치적인 수사

예산과 조직 지원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낮은 참여율과 만족도

지역 친화적인, 단계별, 통합 프로그램

새로운 시설 설립 중심

예산 낭비, 효과 검증 안됨

사업 지속성 관리와 사후 지원 실태조사의 필요성 중장기적인 비전

단기적인 미봉책

정책대상의 편향성

중복 수혜와 누락

정책포괄성 제고 필요성 : 외국인근로자, 미등록체류자 및 그 자녀

분리주의

사회적 고립

시민의 다문화 인식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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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

종사자

내용

효과

과제

일방적인 순환근무제

업무의 비일관성

전담관제 혹은 전보제한

격무 부처

종사자 긍지 저하

근평과 인센티브 개선 역량강화 기회 제공

고위직의 마인드

다문화 업무의 독자성 불인정 독립적인 업무 영역 인정

4. 몇 가지 제언 다문화주의는 논쟁적인 개념이다. 원한다고 쉽게 할 수 있거나 어렵다고 거부할 수 있 는 주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수많은 위험과 어려움이 내포되어 있어도 포기 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전지구적 화두가 다문화주의인 셈이다. 전자에 주목하는 사람들 은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 ‘공허한 인종주의’ 등을 이유로 다문화주의의 폐기를 주 장하기도 한다(Zizek 1997). 다문화 정책의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일이 결코 쉬운 과제가 될 리는 만무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상황은 희망적이다.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우 리의 문제이자 국가 선진화 (즉 자유민주주의) 정도를 측정하는 ‘리트머스시험지’”로서 “이민 정책에 대한 장기적이며 체계적인 로드맵 구축의 필요성”(이혜경 2012)이라는 문 제 의식과 공감대가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진 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논의들은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단순한 인구 정책에서 사회통합정책으로 이 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개념의 조정, 보편적인 사회통합의 개념화, 거버넌스 및 종합적인 추진 체계의 구축, 당사자 욕구의 반영, 공공 부문 종사자의 근무 여건 개선 및 역량 강 화 등의 과제가 함께 고민될 수 있어야 함을 보여준 바 있다. 이 글에서는 그들 과제 각 각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 추가될 수 있을 법한 토론 주제들을 덧붙여 보았다.(표 5)

<표 5> 다문화 정책의 이행을 위한 토론 주제 범주 정책 개념의 조정

과제 국가주의와 초국가주의의 절충

사회통합

통합의 전제로서 시선의 전환, 비차별의 법제화, 통합의 자격과 우선순위의 재조정

거버넌스

준공공부문의 독자적인 위상 정립을 위한 법제화, 거버넌스 행위자들의 힘의 균형

추진체계

지평의 확대, 책무의 통합, 권한의 분산, 지방 정부와 지역 사회의 역할

당사자 공공부문 종사자

수요자 중심의 정책 설계와 책무의 부여 역량 강화, 단체장의 인식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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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념과 관행을 지배하고 있 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도식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익과 비국민에 대한 고려, 법질서와 다문화 질서, 통합과 분리, 관주도와 시민주도, 중앙과 지방, 이주민과 선 주민,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가운데 하나만을 취하고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한다면, 다문화 정책의 지체와 딜레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익숙함과 새로움, 관행 과 혁신 그 둘 모두가 가능하다. 그것이 통섭이고 융합이고 다문화 사회가 요청하는 새 로운 도전이며 정책적 상상력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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