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자료집] 14.04.01~02 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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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04 • 인사말 오경석(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06 • 기조강연 이주민과 함께 사는 지혜 영담스님(부천이주민지원센터 이사장)

16 • 정책 간담회 (Ⅰ) 발

제 : 다문화 인권친화적인 지역사회 형성을 위한 과제와 비전 - 다문화의 도전과 사회 통합 : 영국, 프랑스, 미국 비교 연구 김남국(고려대학교)

패널토론 : 이정호(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우삼열(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56 • 정책 간담회 (Ⅱ) 발

제 : 외국인근로자(가족)의 리얼 스토리를 통해 배우는 문제해결의 노하우 최정규(법률사무소 원곡)

:


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일정표 일시

시 간

소요 (분 )

14:40 ~ 15:00

20

15:00 ~ 15:40

40

15:40 ~ 16:00

20

등록 및 인사 이주민과 함께 사는 지혜 기조강연 : 영담스님( 부천이주민지원센터 이사장 ) 휴식시간 다문화인권친화적인 지역사회 형성을 위한 과제와 비전

4/1 ( 화)

- 다문화의 도전과 사회 통합 : 영국, 프랑스, 미국 비교 연구

16:00 ~ 18:00

120

사회 : 박경태 ( 성공회대학교 ) 발제 : 김남국 ( 고려대학교 ) 토론 : 이정호 (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우삼열 (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4/2 ( 수)

18:00 ~ 19:00

60

자유로운 대화의 시간

19:00 ~ 22:00

180

저녁식사 및 교류의 장

07:00 ~ 08:30

90

아침식사

10:00 ~ 11:30

90

11:30 ~ 11:40

10

휴식시간

11:40 ~ 12:00

20

평가 및 정리

12:00 ~ 13:00

60

점심 식사 및 귀가

외국인근로자(가족)의 리얼 스토리 통해 배우는 문제해결의 노하우 발제 : 최정규 ( 법률 사무소 원곡 )


|인사말|

2014년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여하신 존경하는 경기도 외국인 지원단체 활동가 및 관계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외국인 인권의 제도화와 다문화인권친화적인 지역 사회 형성에 뜻을 같이 하시는 모든 참석자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번 워크숍 발제와 토론을 흔쾌히 맡아주신 부천이주민지원센터 이사장이신 영담 스님, 고려대학교 김남국교수님,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님,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이정호 신부님,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우삼열 소장님, 성공회대학교 박경태 교수님께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로 우리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2013년「외국인지원단체 역량 강화 워크숍」 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습니다. 2013년 워크숍은 거의 최초로 시도된 관련 활동가들 이 모여 집중적으로 정책 대안 및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2013년 워크숍에 대한 참여자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어서 참여자들 대부분이 2014년 워크숍 에도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응답해주셨을 정도입니다. 작년 워크숍에는 경기도 내 외국인지원단체 활동가, 공공부문 종사자, 학술연구자 및 전문가 등 총 68분 이 참여하여 재외동포와 이주아동 관련 정책 개선을 위한 열띤 토론이 전개되고 외국인 주민 지원 업무 관계자간 네트워크 및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유익한 의견이 개진된 바 있습니다. 적극적인 참여와 활발 한 토론을 위하여 우리는 꼭 필요한 프로그램들만으로 전체 워크숍 일정을 간결하게 구성하였으며, 식사와 다과 시간은 여유있고 넉넉하게 배치하였습니다.

2014년 워크숍은 작년 워크숍의 성과를 심화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올 해 워크숍은 선택과 집중, 관련 분야에 대한 이론적이며 개념적인 이해의 지평 확대, 현안 처리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적 이해, 참여자들이 자유롭고 여유있게 의견을 교환하고 교류할 수 있는 넉넉한 자유 시간의 운영 등 2013년 워크숍 참여자들께서 제안해주신 것과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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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아시다시피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외국인 인권 정책 개발에 특화된 전국 최초의 민관 협력 기관 입니다. 우리 센터의 과제는 인권의 제도화와 생활화로 모아집니다. 외국인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과 다문화인권친화적인 생활 세계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인 추진 체계가 바로‘거버넌스’혹은‘협치’기구입니다. 이것은 관련 단체 활동가들 사이의 정보 및 역량의 교환과 교류, 공동의 목표 의식 및 연대감의 형성이 외국인 인권친화적인 정책 및 지역 사회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우리 센터의「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은 바로 이와 같은 외국인 분야 활동가 및 종사자들 사이의 협치 혹은 네트워킹 구축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워크숍이 여러분 모두에게 유익하고 즐거우며 동시에 통찰력있는 활동 비전을 구상하실 수 있는 멋진 경험이 되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동료 활동가들과 마음껏 우정을 나누시고 새로운 에너지를 재충전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자신의 인권 의식과 활동 문화에 대해서도 살짝 살펴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듯 싶습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앞으로도 도내 관련 단체 활동가 및 종사자들 사이에 정보와 역량, 우정 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2014년 경기도외국인인권지 원센터「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우정, 환영의 인사를 올립니다.

2014. 4. 1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오 경 석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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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강연 이주민과 함께 사는 지혜 영담스님(부천이주민지원센터 이사장 )


이주민과 함께 사는 지혜 ▹ 영담스님 ( 부천이주민지원센터 이사장 )

1. 노래 <고향의 봄>에 대한 추억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노래 중에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동요인데 1923년경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특히 일제의 수탈과 탄압에 못 이겨서 수많은 동포들이 해외로 떠나던 시절에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중국동포(조선족) 와 러시아동포(고려인) 들 사이에서는 모임 때마다 반드시 부 르는 제2 의‘애국가’ 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소납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언제나 마음이 뭉클해지곤 하는데 최근에 이 노래를 듣고 또 한 번 마음이 뭉클해진 적이 있습니다.

< 고향의 봄>을 들은 것은 지지난주 일요일(3월 23일) 늦은 밤에 방영된 KBS - 2TV의 < 다큐 3일>이 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주에는“어떤 한국인 이야기, 대림동 중국 동포거리” 편이었는데 우리 나라에서 중국 동포들이 가장 많이 사는 영등포구 대림 2동을 3일간 촬영한 내용이었습니다. 대림 2동은 주민 2만 5천 명 중에서 40%인 1만 1천 명이 중국에서 온 동포들이라고 합니다. 특히 지하철 대림역 12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200m의 골목이 재래시장인데 그곳에는 붉은 색 바탕에 한자( 漢字) 간판을 단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흡사 차이나타운을 연상케 한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중국동포는 일제 강점기 때 찌든 가난과 일본의 잔인무도한 핍박 을 피해서 먼 타향인 중국에서 삶의 둥지를 튼 우리의 핏줄이자 우리 민족의 아픈 조각입니다. 그리고

< 다큐 3일>에서 할머니 한분이 출연해 아버지께서 어릴 때부터 항상 앉혀놓고 고향을 잊지 말라며 하루도 빠짐없이 주소를 알려 주셔서 어릴 때부터 당연히 한국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씀 을 하시던데 이처럼 특히 나이 드신 중국동포들은 험난했던 긴긴 세월을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살아온, 어찌 보면 우리보다 나은 진짜 한국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중국동포들의 삶이 참으로 고단하고 외로웠기 때문입니다. 중국동포들은 한국에 오면 모국의 동포들이 자신들을 형제자매로 여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조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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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 그토록 그리웠던 모국에 돌아왔지만 모국의 동포들은 자신들을‘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방인’ 으로 대했고 지금도 차별과 냉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 다큐 3일>에서 이러한 중국동포들의 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 곳이 있었는데 중앙시장 한 귀퉁이의 허름한 건물에 들어서있는 경로당이었습니다‘ . 대림동 시냇물 경로당’ 이라는 현판이 붙은 그곳에는 한국 국적을 회복한 70 ~ 80대의 중국동포 어르신들이 모여 계셨는데 이분들은 하나같이, 평생을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을 때라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대림동 시냇물 경로당’ 의 풍경은 보통의 경로당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 인근에 원래 경로당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민 대다수가 중국동포들이 경로당에 오는 것을 싫어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중국동포 사업가의 도움으로 낡은 방 한 칸을 얻어서 따로 경로당을 마련해야 했다고 합니다. 공자께서는 70의 나이를 從心所欲 不踰矩라 하여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라고 하셨는데 70이 넘은 어르신들마저 또래의 중국동포들에게 거리감을 두고 사신다고 하니 마음이 참 답답 했습니다. 그리고 방송의 마지막 부분에서 중국에서 오신 어르신들께서 함께 < 고향의 봄>을 부르시면서‘여기서 부르는 노래와 중국 땅에서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또 다르다. 중국 땅에서 노래를 하면 슬퍼서 눈물을 뚝뚝 떨어졌는데 한국에 오니 눈물도 안 떨어진다. 모국에 오니 노래하면 그냥 노래다 싶고 마냥 기쁘다. 참 희한하다.’ 라고 소감을 밝히셨는데 이 부분에서는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한동안 가슴 이 먹먹했습니다.

< 다큐 3일>을 보면서 소납은 한 핏줄의 동포도 떨어져 산 세월이 길면 이웃이 되기가 힘든데 하물며 모습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더불어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을 해결해보고자 기꺼이 마음을 내신 여러분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동포를 포함해서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우리의 이웃이 되기가 힘든 걸까요? 지금부터 그 까닭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이주는 역사가 오래 된 필요악(?)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역사를 보면 이주는 아주 흔하게 있었고 현재도 세계 어느 나라이든 이주민이 없는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이주는 우리 인류사에서 매우 익숙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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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그런데 이처럼 이주는 역사가 아주 오래되고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지만 아직도 이주민 문제는 어느 나라든 간에 미해결의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주민 문제의 핵심은 이주민의 안착( 安着)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주민들이 안착의 수준을 넘어 기득권층, 권력층을 형성한 예도 많습니다. 이른바 식민지 개척시 기에 서방에서 온 이주민들이 원주민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만든 신생국, 예를 들면 미국을 비롯한 중남 미의 여러 나라와 호주 등이 그 대표적인 국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이주민들은 아직도 삶의 토대가 불안한 상황입니다. 이주의 역사가 오래되었던 짧았던, 이주하고 있는 국가가 선진국이든 아니든 이는 보편적 현상인데 특히 이른바 약소국 출신의 이주민들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원주민들의 배타성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배타성이 왜 생겼을까요? 배타성이 생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인종에 대한 차별의식과 이주민의 출신국 가에 대한 나쁜 이미지, 문화와 종교의 이질감 등입니다. 한마디로 잘못된 선입견이 만들어낸 사회적

(집단적) 편견이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구조적인 이유로는 저임금 일자리와 한정된 사회 복지혜택을 들러 싼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갈등과 경쟁, 정치세력의 모략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주민이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필요에 의해서 이주민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도 이주민을 배타시 하니 참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잘못된 선입견이 만들어낸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집단적) 편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 이주민에 대한 꼬리표‘편견’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민족이 한 핏줄 단일민족이라는데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은 물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부심이 다른 민족이나 국가에 대해 배타성 이나 우월성으로 나타나게 되면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요? 근현대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민족이나 국가에 대해 갖는 감정은 2중적으로 나타납니다. 풀어 얘기하면 민족이나 국가에 따라 호감과 비호감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호감과 비호감을 갖는 이유에 별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조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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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호감을 갖고 있는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의 중장년층은 어렸을 때부터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이스라 엘의 국민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때문에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사실이 과연 그러할까요? 이스라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이스라엘이 우리나라보다 잘 살고 그래서 거지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정말 그럴까요? 답은‘아니요.’ 입니다. 국가의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는 기준 중에 일인당 구매력 지수, PPP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PPP를 보면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32,100달러, 이스라엘은 31,400달러로 우리나라가 700달러가 많습니다. 그리고 빈곤율(중간소득 이하 계층의 비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2006년 기준) 가구 빈곤 율이 15%인데 비해 이스라엘(2005년 가준)은 가구 빈곤율 21%, 개인 빈곤율 25%, 어린이 빈곤율은

35%입니다. 한마디로 지금은 우리나라가 더 잘 산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상징하면서 링컨과 케네디라는 걸출한 대통령을 배출한 국가라고 배웠던 미국은 어떤가요? 미국은 흑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할 뿐만 아니라, 학살한 500만명 인디언에게 2009년 11월 5일이 되어 서야 비로소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죄했고 또한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지구촌의 모든 전쟁에 개입하는 나라입니다. 그래도 미국은 우리의 든든한 우방이니, 좋다 나쁘다는 판단은 여러분 각자의 몫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비호감을 갖는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저임금의 노동현장에서 근무하거나 국제결혼을 한 이주민들의 출신국가들, 특히 동남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비호감의 대상입니다. 사람들이 비호감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 이주민들의 고국이 가난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의 이주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1900년대 초반에 일제의 수탈과 핍박을 피해 연해주로 대규모 이주를 하였고 일제에 의해 사할린 탄광과 일본의 공장지대로 많은 사람이 끌려갔습니다. 이후 해방이 되고 나서는 경제건설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독일에 간호사와 광부를 파견하고 중동에도 근로자를 파견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남미 등지로 떠나는 많은 이민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해외교민의 수는 대략 700만 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이주는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민들과 같이 모두 가난이 그 이유였고 그래서 우리의 이주 역사 또한 설움과 눈물, 땀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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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리의 이주역사를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주민들의 실상에 딱 맞는 속담 이 하나 생각이 납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살펴본 비호감은 이미 하나의 사회적 의식이 되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여기 모이신 여러분은 그런 잘못된 사회적 의식을 바로 잡는데 앞장을 서실 분들이니 까 가난한 나라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한 가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국제적인 기구와 단체에서는 저마다 나라별로 국민행복지수를 조사해서 순위를 발표합니다. 그중 에서 유럽신경제재단(NEF)라는 단체에서 발표하는 나라별 국민행복지수를 보면 일반적인 예상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유럽신경제재단의 조사결과를 보면 부탄, 베트남, 마얀마,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이른바 가난한 나라 들이 20위안에 들어서 미국이나(100위권 바깥) 유럽의 선진국(40~80위 수준) 보다 국민행복지수가 높다고 나옵니다. 특히 2010년 조사에서는 의외의 나라가 1위로 선정이 되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나라는 유엔이 매년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로 선정하는 부탄이었습니다. 부탄 국민의 97%가“나는 행복하다.” 고 생각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부와 행복이 꼭 짝을 이루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선진국들이 낮은 순위에 있는 것은 인구수에 비해서 자원 배분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소득에 관계없이 현재 무엇을, 어떻게 누리냐는 것이 행복을 결정하는 척도라고 볼 때 선진국에 만연한 폭력과 사회 불평등 문제가 국민들을‘덜’행복하게 만든다는 해석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고 해서 지적능력이 떨어지거나 품성이 일부 결여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편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이주민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았으니 지금부터는 이주민들을 포용하고 함께 살아야 가야 하는‘우리’ 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 우리는 누구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학계에서 존경받는 원로이신 전 건국대 석좌교수 신복룡 박사님의 견해를 필요한 부분만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조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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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는 2001년 4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신 박사님이 우리 민족의 유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데는‘충격적인’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미국 네바다 사막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이틀은 보낸 적이 있는데 처음 보호 구역으로 들 어갈 때 신분증과 소지품을 검색하던 인디언 출신의 감독관이 신 박사님의 여권을 보더니“어머니의 나라에서 온 분” 이라면서 반색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이 말에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고 이때부터 우리 민족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민족, 어느 국가에나 신화( 神話)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신화들이 정확 한 검증이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이 신화들이 고정 관념으로 자리를 잡은 후 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지게 됩니다. 우리 한국사에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도 ‘단일 민족’ 의 논리일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원류가 북방계와 남방계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학계에서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 데도 아직 단일민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근현대사 에 걸쳐 비극을 겪다보니 민족의 동질성과 민족적 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해서 정치인이나 역사학자들이 단일민족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웠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형성되었을까요? 정확하게 말한다면 우리 민족은 북방계와 남방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 밖의 소수 민족으로서는 내침족( 來侵族・외부에서 침략해 들어온 종족) 과 귀화인, 이렇게 네 종족으로 이뤄져 있고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유전자를 따져 보면 적어도 35개 이상의 혈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등장한 이후 이들 중 일부가 동이 트는 곳을 향해 한없이 이주를 하다가 몽골 대륙 에 정착했고 그 일부가 다시 동진을 하다가 외딴 남쪽으로 흘러 들어와서 지금의 한민족을 이루었는데 이들이 곧 북방계 한민족입니다. 한민족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들 북방계를 살펴보면 확연히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엉덩이에 푸른 반점이 생기는 것은 다 알려진 일이지만 그밖에도 북방계는 눈에 쌍꺼풀이 없고 눈두덩이가 두꺼우며 뱁새눈(Almond Eyes) 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로 인류가 이동하던 2만

5천년전에는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눈동자의 동상을 막기 위해서는 실낱같이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던 환경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코는 펑퍼짐하고 광대뼈가 다소 튀어 나왔으며 모발은 굵고 뻣뻣합니다. 이들 북방계가 남진한 루트를 보면 육로로 내려온 경우와 산둥반도 일대에서 출발해 서해를 건너 인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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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만( 牙山灣 ) 을 통해 상륙한 경우, 동해안을 따라 해로로 남하한 경우, 이렇게 3개의 루트가 있습 니다. 따라서 경상남도 북부 해안 지방은 남쪽 지방에 속하면서도 북방계가 자리를 잡았으나 시간이 가 면서 북상한 남방계와 혼혈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곳은 남방계인지 북방계인지 구분하기가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북방계의 남진 루트가 한국전쟁 당시의 피란길과 정확하게 일치 한다는 점입니다. 남방계는 이와 달리 눈에 쌍꺼풀이 있고 코가 오뚝하며 북방계에 비해 피부는 다소 검고 꺼칠합니다. 그리고 얼굴 모습이 북방계에 비해 좁아 상대적으로 얼굴이 갸름해 보이고 머리칼은 북방계에 비해 더 가늘거나 보드랍고 곱슬머리인 경우도 있습니다. 턱의 모습을 보면 북방계는 다소 넓고 모가 진 반면에 남방계는 하관이 빠른데 이는 육식을 주로 하던 북방 유목민족과 채식을 주로 하던 남방계의 진화 과정 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남방계와 북방계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체형입니다. 북방계는 다리가 긴 반면에 상체가 다소 왜소해 보이고 팔이 짧습니다. 기골이 장대한 듯 하면서도 가슴이 좁은 체형은 북방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에 비해 남방계는 팔이 길고 상체가 발달해 어깨가 벌어졌으며 다리가 짧아 약간 안짱다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체형은 영양상태가 좋은 오늘날의 신세대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앉은키는 일본인이 더 컸고 선키는 북방계 한국인이 더 컸는데 초원을 달리던 북방계의 다리가 더 길고, 밀림에서 생활하던 남방계의 팔이 더 긴 것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라 하겠습니다. 북방계와 남방계의 한반도 이입( 移入)은 전쟁에 의해 이뤄진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이들이 바로 내침 족입니다. 내침족이 민족 형성에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혼혈입니다. 고대사에 나오는 전쟁은 접어두고 라도 중・근세 이후만 하더라도 우리 민족은 거란의 침략과 몽골의 침입,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

35년, 미군정기와 한국전쟁 등을 통해서 수많은 혼혈이 이뤄졌습니다. 혼혈은 귀화인을 통해서도 이루어졌습니다. 귀화인의 예를 들어보자면 먼저, 예컨대 김해(金海 ) 김( 金) 씨의 시조인 수로왕 ( 首露王)의 부인이 중국을 거쳐 들어온 인도계의 장( 張)씨이고 김해 수로왕릉의 문무상이 곱슬머리를 한 아랍계의 모습인 데 이는 오래 전부터 귀화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덕수( 德水) 장( 張)씨는 아랍계 상인이 이 땅에 정착한 사례로서 그들의 체형은 한국의 토종과 는 달리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이 희멀겋고 달덩어리 같은 얼굴은 서방계입니다. 또한 화산( 花山 ) 이

( 李) 씨는 베트남의 왕족으로서 본국의 난을 피하여 떠돌다가 한국에 정착한 보트 피플의 후손들이고 우록( 友鹿 ) 김씨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쳐들어왔던 일본인 장수 사야가( 沙也可 )라는 사람이 귀순해 사성( 賜姓 )을 받은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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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인은 역시 중국에서 들어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선시대에 명문거족이었던 연안( 延安 ) 이씨는 당나라 군대가 고구려에 쳐들어 왔을 때 함께 온 장수 이무(李武)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땅이 좋아 머물러 앉아 시조가 된 경우이고 청해(淸海) 이씨는 여진족, 경주( 慶州 ) 설( 卨)씨는 위구르계의 귀화인입니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 이러하고 또한 현대사회에서 이미 혈통이 대체로 부인되면서 대신 역사적 운명의 공유( 共有)와 일체감, 그리고 언어의 동질성을 민족의 본질로 삼는 것이 추세인 점을 볼 때 혈통의 문제가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상, 신 박사님의 견해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 지금까지 우리는 누구이고 이주민은 누구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우리와 이주민이 어떻게 하면 사이좋은 이웃으로,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5. 불교에서 가르치는 이웃을 사랑하는 법 불교에서는 이웃에게 네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네 가지 마음은 이웃에게 대함에 있어 언제나 변함없이 어질고 따뜻하게 대하려는 마음( 慈)과 성내거 나 귀찮아하지 않고 이웃의 어려움과 괴로움을 덜어주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 ( 悲 ), 이웃이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끝까지 도우려는 마음( 喜), 이웃을 미워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언제나 소중하게 대하려는 마음( 捨), 자, 비, 희, 사를 말하고 이런 네 가지 마음을 생( 生)의 끝까지 견지하라 는 의미( 無量)에서 사무량심( 四無量心)이라고 합니다. 혹시 네 가지 마음을 일생동안 지켜야 한다고 하니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니냐 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무량심의 원리를 알면 간단합니다. 그 원리는‘불이( 不二) ’ 입니다.‘불이’ 는 너와 내가 다르 지 않다. 즉 이웃이 또 다른 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만일 이주민을 친형제자매처럼 대하는 사람이 있 다면 그 사람은 이미 사무량심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교는 이러한 사무량심을 사섭법(四攝法 )을 통해서 실천할 것을 가르칩니다. 사섭법, 즉 네 가지 섭법이란 보시(布施 )와, 애어( 愛語 ), 이행(利行), 동사(同事)를 말합니다. 하나하나 설명하면 먼저 보시섭은 보시하는 것 즉 베푸는 것을 말하는데 그냥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아낌없이, 조건 없이 베풀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소납이 있는 석왕사에는 많은 이주민들이 오는데 소납은 한 번도 불교를 믿으라고 말을 꺼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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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없습니다. 어떤 이주민은 불교를 믿지 않지만 친구를 따라 석왕사에 온 경우도 있을 터인데 은근히 라도 불교를 믿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느껴지면 그 이주민은 얼마나 부담스럽겠습니까? 석왕사에서 예배를 볼 곳이 마땅치 않은 이슬람권 이주민들을 위해서 예배장소를 마련하려는 것도 그런 보시법을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석왕사가 이주민들에게 우선 마음 붙일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소납의 생각 입니다. 애어섭은 상대를 대할 때 어떤 경우이건 어떤 곳이든지 일체의 악한 말이나 거짓된 말을 하지 밀고 항상 진실하고 도움이 되는 말을 하라는 뜻입니다. 화난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말로 그 화를 삭일 수 있도록 하고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말로 슬픔을 벗어나게 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는 희망과 용기를 찾을 수 있는 말을 해주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기사를 보니 이주민들에 대한 언어폭력이 매우 심각하다고 합니다. 말은 칼보다 날카로 워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하는데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주민에 대한 언어 폭력의 근절은 이주민 문제 해결에서 제일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 소납의 생각입니다. 이행섭은 모든 사람에게 이익 되는 일을 하라는 뜻입니다. 이행섭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내 생각만이 옳다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종종 이주민을 종교적 교화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행섭과는 거리가 먼 행동입니다. 따라서 이행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주민의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사섭은 이웃과 어려움도 기쁨도 함께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사섭은 공동체의 원리 라고도 합니다. 사람 마음은 기쁠 때보다 어려울 때 친구가 더 절실해 지는 법입니다. 고단하고 지친 삶을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위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동사섭의 정신으로 힘과 노력을 모은다면 어느 샌가 이주민이라는 단어조차 사라질 것이라고 소납은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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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간담회(Ⅰ) 발

제 : 다문화 인권친화적인 지역사회 형성을 위한 과제와 비전 - 다문화의 도전과 사회 통합 : 영국, 프랑스, 미국 비교 연구 김 남 국 (고려대학교 )

패널토론 : 이 정 호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 우 삼 열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


다문화의 도전과 사회통합 : 영국, 프랑스, 미국 비교 연구 * ▹ 김 남 국 (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국문요약 이 연구는 영국, 프랑스, 미국 세 나라의 다문화 사회현상과 서로 다른 다문화 정책을 비교하고 각 국의 사회통합 원칙을 자유주의적 심의다문화주의, 공화주의적 시민동화주의, 자유방임주의적 선의의 묵인 으로 개념화하여 세 가지 통합 원칙의 장, 단점을 고찰함으로써 다문화 사회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격적인 내용의 논의에 앞서 이 논문에서는 소기의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3국 비교의 틀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시론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다문화주의 이행의 3단계 모델이나 다문화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와 수준별 행위자, 시민권의 전통과 사회통합을 변수로 본 각국의 다문화주의 지형 등이 필자가 제시하는 이론 틀이고 이 틀에 근거하여 영국, 프랑스, 미국 세 나라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에 대해 기초적인 연구결과를 설명한다. 이 논문의 시도처럼 영국을 자유주의적 심의다문화주의라는 이름 이래 이해하는 것이나 프랑스를 공화주의적 시민동화주의라는 이름으로 이해하는 것, 미국을 자유방임주의적 선의의 묵인이 라는 틀 아래 이해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담론들이 어떻게 정책결정자의 선택 범위를 제한하고 사회적 합의의 공간을 제약함으로써 일정한 방향의 정책을 만들어 내는 구조적인 틀로써 작용하는가를 보여준 다. 바꿔 말하자면, 다문화주의 정책과 사회통합 정책에 대한 제도주의적 접근과 사상적인 접근의 결합 은 각국이 걸어온 길 가운데 어떤 역사적 전통이 초기 비용으로 남아 이후의 경로를 제한하고 있는가에 관한 설명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정책을 정당화하는 각국의 이론적인 기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논리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를 보여줌으로써 각국의 정책에 대해 더 근본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만든다.

* 이 글은 유럽연구 28권 3호 (2010)에 실린 필자의 논문을 경기도외국인인권센터가 주최하는 워크숍 자료집 제작을 위해 다시 사용한 것이다.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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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 다문화의 도전과 사회통합 오늘날 세계를 휩쓰는 지구화의 물결은 이념과 계급에서 비롯되는 전통적인 균열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갈등을 불러 오고 있다. 이른바 인종과 종교, 그리고 문화에 근거한 새로운 소수자의 등장은 개별 국민 국가 내부의 국민적 단일성을 위협하는 여러 유형의 갈등을 가져온다. 하나의 정치공동체가 서로 다른 인종과 종교, 지역에 근거한 이질적인 문화의 도전에 직면하였을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민주 주의에 필요한 사회적 연대와 정치적 대표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수와 소수가 함께 합의할 수 있는 사회구성의 원리를 모색해 나가는가 이다.1 서구세계는 지난 200여 년의 국민국가 경험이 보여주듯이 민족을 바탕으로 한 동질적인 문화와 역사적 경험의 공유를 통해 대내적인 사회통합과 정치적 정당성의 확보에 성공해 왔다. 그러나 20세기말의 자유주의의 승리는 자본과 노동의 세계화에 따른 불가피한 이주노동자와 난민의 발생, 그리고 인종과 문화의 이동을 함께 가져왔다. 오늘날 국민국가의 경계를 중심으로 그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질적인 문화의 충돌은 이미 해결된 것으로 보이던 사회통합과 정치적 정당성의 문제를 다시금 사회의 전면에 제기하고 있다.2 이 논문에서는 유럽의 전통적인 국민 국가인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이민의 역사로 이루어진 미국 등 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이질적인 문화의 도전에 대응하는 각국의 서로 다른 정책들이 어떤 원칙에 근거해 있으며, 그 원칙들이 규범이론의 입장에서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가를 살펴 보고자 한다. 이 세 나라 는 다음 절의 연구 분석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 보여준 시민권 형성의 전통과 사회 통합의 방법이라는 두 요소를 교차시켜 도출해 낸 각 유형의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들은 새로운 문화의 유입에 따라 점점 다양해 지는 소수집단과 다수집단 사이의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는 다시 첫째, 어떤 원칙에 근거해 다수와 소수를 포용함으로써 사회적 연대 를 증진시키고, 둘째, 동시에 대표의 문제를 공정하게 해소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느냐는 두 가지 과제로 요약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은 문화적 생존과 사회적 인정의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와 같은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매우 상이한 접근을 보여준다. 예컨대, 헤드 스카프 착용을 둘러싼 논쟁에서 프랑스의 대응이나,3 살만 루시디의 책 판매금지를 둘러싼 영국의 대응,4 그리고 적극적 차별시정 정책이나 공립학교에서의 기도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대응은5 각각 그

1. 김남국,“심의 다문화주의 : 문화적 권리와 문화적 생존”,『한국정치학회보』 39집 1호 (2005), pp. 100 ~ 101 : Kim, Nam-Kook, "Consensus Democracy as an Alternative Model in Korean Politics”, Korea Journal, Vo. 48, No. 4 (2008), pp. 185 ~192. , pp. 87 ~ 88. 2. 김남국,“심의 다문화주의”

3. 박 단,『프랑스의 문화전쟁』( 서울 : 책세상, 2005). John Bowen, Why the French Don’t Like Headscarves: Islam, the State, and the Public Sphere(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7). 4. Tarique Modood, “British Asian Muslims and the Rushdie Affair”, Political Quarterly, Vol. 61, No. 2(1990), pp. 143 ~160 : Bhikhu Parekh, “The Rushdie Affair: Research Agenda for Political Philosophy”, Political Studies, Vol. 38, No. 4(1990), pp. 695 ~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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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다문화주의 정책을 다루는 원칙들이 상이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에 대한 분석은 다양한 시각에서 이루어 질 수 있지만 이 논문에서는 특히 각국의 다문화 정책의 형성 배경에 고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정치사상의 전통에 주목하여, 프랑스의 사례를 공화주의 가치에의 흡수와 동화(Republican Civic Assimilation) 로, 미국의 경우를 자유방임주의적 선의의 묵인(Libertarian Benign Neglect)으로, 그리고 영국의 예를 자유주의적 심의 다문화주의(Liberal

Deliberative Multiculturalism) 로 이름 붙여 설명하고자 한다.6 지금까지 서구사회의 다문화 정책과 사회통합 정책 연구에서 공공정책의 일반적인 비교와 그 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사상적인 해석을 결합 시킨 시도는 많지 않았다. 다문화 정책에 대한 정치사상적인 접근은 정책을 둘러싼 공공영역에서의 아이디어와 담론들이 어떻게 정책결정자들의 선택의 범위를 규정짓고, 사회적 합의의 공간을 제약함으 로써 특정 정책결과를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틀로써 작용하는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하자면, 다문 화주의 정책에 대한 사상적인 접근은 각국이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이론적인 기반을 규명하고, 그 논리의 강점과 약점을 추적함으로써 각국의 정책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과 사건에 대해 정치인이나 학자, 언론 등이 보여주는 공공영역에서의 담론은 사건을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사건의 주체로서 인간의 지위를 분명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주관 성에 대한 천착은 항상 선입견과 왜곡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사건이나 논쟁에서 서로 반대되는 주요 의견을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각각의 의견에 대해 객관적인 위치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사건과 논쟁의 개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즉, 각국의 다문화 정책의 역사에서 주요 사건이나 논쟁, 인권법과 이민법, 국적법의 개정을 둘러싼 논쟁, 소수집단의 문화적 권리에 대한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쟁 등을 통해 각국의 정책들이 일관되게 갖는 원칙들을 찾아내고, 이를 사상적 맥락에서 해석하여 그 원칙들이 어떻게 이론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장점과 한계를 갖는지 궁극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구조로서 전통이 갖는 규정력과 행위자로서 정책결정자의 자율적인 판단을 동시에 고려하는 일반적인 비교의 틀을 통해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과정을 분석하고 그 정당성을 정치사상적으로 추적하는 일은 흥미 로운 작업이다. 이 논문의 2절과 3절에서는 소기의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3국 비교의 틀을 어떻게

5. Terry Anderson, The Pursuit of Fairness: A History of Affirmative Action(Oxford: Oxford University, 2004). 6. 미국의 현실을 ‘benign negl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학자는 Nathan Glazer로서 1975년에 그의 책 Affirmative Discrimination: Ethnic Inequality and Public Policy(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75)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을 설명하는 심의 다문화주의라는 개념은 필자의 박사학위논문 및 일반 논문 (김남국 2004, 2005, Kim 2011) 과 책 (Nam-Kook Kim, 2011) 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프랑스를 설명하는 공화주의적 흡수동화는 Brubaker(1992) 등이 대표적으로 썼지만 워낙 일반적인 개념이라서 배타 적인 저작권을 주장하기 쉽지 않다.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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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시론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다문화주의 이행의 3단계 모델이나 다문화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와 수준별 행위자, 시민권의 전통과 사회통합을 변수로 본 각국의 다문화주의 지 형 등이 필자가 제시하는 이론 틀이고, 4절에서는 이 틀에 근거하여 영국, 프랑스, 미국 세 나라를 비교 한 기초적인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로 한다.

II. 세 나라 비교연구를 위한 기초적인 분석 틀 다문화주의는 동질적인 전통적 국민국가가 다양한 소수의 등장과 함께 다원화되어 가는 과정을 가리 키는 서술적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는 점을 인정하면서 공공영역에서 이들의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차별시정 정책의 시행을 지지하는 규범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7 또한 규범적 의미로 다문화주의를 사용할 때 다문화 공존과 다문화주의를 구분하기도 한다. 다문화 공존은 규범적인 원칙의 유무보다는 공존의 양상에 초점을 맞춰 낮은 수준의 다문화 이행단계를 논의할 때 주로 쓰인다. 이 분류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화의 세례를 받고 있는 거의 모든 국민국가는 서술적인 의미에서 다문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문화주의가 서로 다른 문화집단이 각자의 문화가 갖는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이상으로 생각 한다면 이 단계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간 융합에 초점을 맞추는 혼종 (Hybrid) 에 관한 논의도 있다. 혼종은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 제3 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혼종의 논의에서는 혼종화의 결과 생겨나는 창조성이 긍정적인 점으로 평가되는 반면 문화집단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 가 혼종의 이면에서 여전히 관철되고 있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8 이런 점에서 서로 다른 문화집단이 일정한 규범적 원칙을 중심으로 평등하게 공존하는 다문화주의 논의는 여전히 의미를 갖고 있다.9 오늘날 서구사회에서는 문화적 소수가 자신들의 인종, 문화, 종교적 차이를 공공영역에서 인정받기 위해 전투적으로 투쟁하고 있고 극우집단은 유럽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킬 권리를 주장하며 반 이민, 반 다문화적 선전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지방정부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10 최근 서구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소요사태는 대부분 문화적 갈등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문화적 갈등이

7. 김남국,“한국에서 다문화주의 논의의 수용과 전개” ,『경제화 사회』제 80호(2008), pp. 344 ~ 346. 8. Nestro Canclini, Hybrid Cultures: Strategies for Entering and Leaving Modernity(Minnesota: Minnesota University Press, 1995): Robert Young, Colonial Desire: Hybridity in Theory, Culture, and Race(London: Routledge, 1995): Homi Bhabha, The Location of Culture(London: Routledge, 2004): 하이브리드컬처연구소 편,『하이브리드컬처』( 서울 :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9. Will Kymlicka, Multicultural Odyssey (Oxford: Oxford Press, 2007 ): Bhikhu Parekh, Rethinking Multiculturalism(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00): Sheila Benhabib, The Claim of Culture(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2). 10. Piero Ignazi, Extreme Right Parties in Western Europe(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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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할 때 각국 정부는 그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나름의 원칙을 갖고 문화적 소수의 주장에 대응 하거나 다수와 소수 사이의 갈등에 개입한다. 그러나 민족적 소수집단 (National Minority) 과 문화인 종적 소수집단 (Ethnic Minority), 그리고 원주민(Indigenous People) 등으로 나누어지는 다양한 소수집단의 서로 다른 요구는 사회통합의 문제에 대한 국가의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11 다수와 소수가 합의할 수 있는 어떤 원칙에 근거해 사회통합을 이뤄 내느냐 여부는 하나의 정치공동체 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문제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소수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규범적인 차원의 투쟁이나 다수의 권리가 관철되어야 한다는 기득권의 보호 차원을 넘어선다. 인간의 존엄성과 개별성 을 고양시켜 인권 담론을 보편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근대 국민국가는 사회적 연대와 정치적 정당성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역사발전에 긍정적인 기여가 가능했다. 즉, 민주주의는 다수와 소수를 묶어 주는 사회적 연대를 전제해야 하고 이 연대를 바탕으로 정치적 정당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 에서 보자면 근대 국민국가는 민족을 중심으로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를 뚜렷하게 만듦으로써 연대와 대표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통합과 정당성의 긍정적 기여보다 배제와 차별의 의미가 더 강하게 드러나면서 국민국가의 경계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이 논문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세 나라는 <그림 1>에서 보듯이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시민권 형성의 전통과 사회통합의 형태를 교차시켜 유형을 만든 다음, 각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국가를 선정한 것이다. 시민권을 부여하는 전통은 영토를 기준으로 하는 속지주의( Jus Soli) 와 부모의 국적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혈통주의( Jus sanguineness) 로 나눌 수 있고, 통합의 유형은 차별적 배제 와 적극적인 다문화주의로 나눌 수 있다. 속지주의와 다문화주의, 혈통주의와 차별적 배제는 서로 선택 적 친화력을 갖는다. 두 흐름의 중간에 최근 각국에서 중요하게 등장하기 시작하는 거주지주의와 동화 정책을 추가하였다. < 그림 1 > 시민권 형성 전통과 사회통합 유형을 통해 본 각국의 다문화주의 시민권 전통 영국

출생지주의

미국

거주지주의 프랑스 거주지주의

스웨덴

수렴

독일 혈통주의

다문화주의적 동화

한국 차별적 배제

동화

다문화주의

통합방법

출처 : 설동훈(2000), Castles and Miller(2003), Kim(2009)

11. Will Kymlicka and Baogang He, Multiculturalism in Asia(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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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형성의 전통에서 한국과 독일은 속인주의 또는 혈연주의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사회통합 전략에서 상대적으로 차별과 배제의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한국의 정책들은 최근들어 과거보다 다문 화주의를 지지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독일 역시 마찬가지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는 속지주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전통적인 문화로의 동화 모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에는 무조건적인 속지주의 전통에서 벗어나 시민권 부여에 따르는 제한 규정을 늘리고 있는 추세이고, 통합의 방법을 둘러싸고도 영국이 상대적으로 다문화주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면 프랑스는 동화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스웨덴은 속지주의와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도 9/11테러 이후에는 적극적인 속지주의와 다문화주의 유형에서 조금 씩 후퇴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림에서 타원형의 위치는 이러한 수렴의 경향을 나타낸 것이고 각 유형에 속한 2개의 국가 중 위쪽에 있는 나라는 상대적으로 사회중심의 전통을 가진 나라들, 아래쪽은 국가중 심의 전통을 보여주는 나라들이다.

< 그림 1>의 오른쪽에 표시된 긴 네모는 각국에서 최근 보여지는 점진적인 변화의 내용을 거주지주의와 다문화적 동화라는 수렴현상으로 정리한 것이다. 즉 혈통주의 또는 속인주의 전통을 가진 나라들은 점점 과거의 폐쇄적인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일정기간이 지난 체류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거주지주의를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출생지주의 또는 속지주의 전통의 나라들 역시 과거의 개방적인 태도보다는 점점 더 규제적인 입법을 통해 거주지주의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회통합의 방법에서도 차별적 배제를 강조했던 국가는 동화로 이동하고 있고 적극적인 다문화주의를 추진했던 나라 역시 동화의 방향 으로 상대적인 후퇴를 보이고 있다. 다문화주의적 동화란 시민통합과 차별금지를 통해 소수집단을 배려 하지만 궁극적으로 동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론과 담론, 정책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는 서구사회의 최근 경향을 표현한 것이다.12

< 그림 2>는 세 나라의 다문화주의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원인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정책방향과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과 수준별 행위자를 종합하여 생각해 낸 분석틀이다. 보통 다문화주 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사회적 소수가 문화적 권리를 요구하는 강도와 이 요구를 받아 들일 것인가를 놓고 보여 주는 정부의 태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두 요소는 가장 직접적인 변수들임에 도 불구하고 각국의 정책 방향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개별 국가의 다문화주의 채택 여부와 그 방향을 종합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소수와 정부라는 대표적인 행위자를 고려해야 하지만 동시에 역사 문화적으로 형성된 사회의 구조적인 요인도 고찰되어야 한다. 구조적 요인 가운데 가장 중 요한 것은 지구화의 조류가운데 해당 국가가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세계적인 자본의 흐름과 국제적인 분업 및 노동력 공급의 사슬 속에서 어떤 국가는 노동 수입국일 수 있고, 어떤 국가는 노동 송출국일 수 있으며, 어떤 국가는 자본 유입국이고 어떤 국가는 자본 수출국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그 나라의 경제상황과 인종 및 종교구성도 중요한 구조적 요인이 된다. 이 모든 상황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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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국가의 다문화 정책을 규정짓는 역사적, 문화적 전통을 구성하고, 이 전통 가운데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국가가 그 동안 보여 왔던 국가 개입의 범위와 정도 역시 중요한 구조적 변수가 된다. < 그림 2 > 다문화주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구조와 수준별 행위자 요소들

지구화

지구적 차원

행위자 국제 NGO 국제기구

교 육

자본과 노동의 이동

문 화

국가개입 전통

사 회

경제상황

국민국가 차원

정부 정당

노 동

종교 갈등

시민권

인종관계

이 민

역사문화전통

지역 차원

일반시민/소수자 극우그룹

통 합

자료 : Nam-Kook Kim,“ Multicultural Challenges in Korea” (2009)

행위자의 선택은 이러한 구조적 요인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다. 구조는 행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행위자의 전략에 따라 구조 역시 장기적으로 변화 한다. 행위자는 다시 지역과 국가, 국제라는 세 수준 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다문화 현상을 둘러싼 갈등과 화합은 지역수준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다. 날마다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이웃에서 이민자 그룹과 극우세력은 충돌하거나 화해하고 일반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NGO단체로 조직된 시민들은 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만 대다수의 일반시민들은 폭력적인 갈등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소극적인 태도로 지켜본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소수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인지, 받아들인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선까지 받아들인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 지역수준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의 활동은 국가수준에서 정당에 의해 대표되고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서 최종적인 내용을 갖는 다문화주의 정책으로 나타난다.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각 부처간 입장 차이에

12. 이 절에서 제시하는 < 그림 1 >과 < 그림 2 >는 영문으로 발표한 필자의 2009년 논문 (Kim 2009)에서 한국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한 바 있다. 이 그림들은 다문화 사회를 분석하기 위한 기초적인 틀로서 서구 국가를 설명하는데도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약간 수정했고 분석 틀을 설명하는 내용은 대폭 수정 보완했다.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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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른 갈등과 경쟁이 있기 때문에 국가의 대응이 단일한 입장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국가 수준의 정책결정도 지역과 국가 수준의 상호관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제수준에서 국제기구 와 국제 NGO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국제인권단체들은 개별국가의 인권상황에 대 해 통계와 사례를 통해 모니터하고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끊임없이 다문화 정책의 방향 결정에 압력 을 행사한다. 국제기구들 역시 개별국가가 지켜야 할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고 그 이행을 감시함으로써 다문화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지역과 국가, 국제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자의 활동과 선택에 대해 역동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규정짓는 구조에 대한 고찰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각국의 다문 화주의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서로 다른 정책방향에 대한 비교분석이 가능해 진다. 이 논문에서 는 이와 같이 복합적인 다문화 정책의 결정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그 가운데 사회적 구조 차원에서 국가개입의 전통과 역사적 배경, 행위자 차원에서 사회적 소수의 요구와 정부의 대응, 그리고 정책 분야에서 특별히 사회통합 정책에 초점을 맞춰서 논의를 진행한다.

III. 세 나라 비교연구를 위한 이론적 시각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작용 속에 형성된 각국의 다문화주의가 어떤 발전의 단계에 속하는 지 하나의 비교 기준을 통해 분석할 수 있을까? 다문화주의 발전 단계를 비교 분석하는 틀은 다문화주의에 관한 논의 가운데 가장 덜 주목 받고 있는 분야이다. 아마도 욥케(2004)가 제시한 공식적 다문화주의

(Official Multiculturalism)와 실질적 다문화주의(De Facto Multiculturalism), 밴팅과 킴리카 (2006)가 제시하는 문화적 권리의 세가지 다른 종류와 그 내용들, 설동훈(2000)이나 캐슬과 밀러 (2003)가 제시하는 시민권 전통과 통합 방식에 따른 다문화국가 분류 정도가 체계적으로 다문화주의의 이행모습과 내용을 구분하는 분석틀일 것이다. 욥케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다문화주의를 표명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을 공식적 다문화주의 국가로, 기타 서유럽의 국가들을 국가의 공식적인 표명 없이 수동적으로 사실상 다문화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실질적 다문화주의 국가로 본다. 킴리카는 문화적 권리를 문화인종적 소수(Ethnic Minority)의 다문화의 권리, 민족적 소수(National Minority)의 대표 의 권리, 원주민(Indigenous People)의 자치의 권리 등으로 나눈 바 있다. 설동훈과 캐슬, 밀러 등은 앞 절에서 필자가 수정 제시한 것처럼 시민권의 전통과 사회통합의 방식을 조합하여 각국의 현재 위치 를 파악하는 모형을 제안했다. 필자는 여기에서 다문화주의 발전의 단계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하나의 틀로서 첫째, 관용의 단계, 둘째, 비차별의 제도화 단계, 셋째, 본격적인 다문화주의 단계로 이루어진 다문화 이행의 3단계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3개국의 다문화주의 발전단 계를 비교 설명하고자 한다. 각국의 설명을 통해 보여지겠지만 이 세 단계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나타 나거나 배타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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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에서 필자가 생각하는 첫 번째 관용의 단계는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에 직면한 대부분의 사회 가 보여주는 첫 단계의 대응이다. 관용은 나와 다른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다문화 사회의 중요한 덕목이다. 관용은 미디어의 역할과 교육 및 사회화 과정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관용은 다수가 소수의 다름을 사회의 평화를 위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아 주는 것 을 뜻하는 사적 영역의 덕목이다. 즉, 다수 중심의 평화가 깨지지 않는 한 참아 준다는 의미에서 관용은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와 같은 인내는 다수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자의적으로 멈출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개인적 덕목으로서 관용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다수와 소수 사이의 권력관계가 해체 되거나 역전되지 않은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또한 공적 영역에서 법에 의해 강제할 수 없고 처벌이 불 가능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용은 다문화 이행의 모든 단계에서 필수적인 덕목임에 틀림없다. < 그림 3 > 다문화 이행의 3단계 모델

비차별의 법제화

다문화주의

•표 현

• 다문화 권리

•접 근

• 자치권

• 물리적 폭력

• 집단대표권

• 미디어 • 사회화

자료 : Raz(1994), Kymlicka(1995), Bleich(2003), Kim(2009)

두 번째 단계는 비차별의 법제화이다. 이 단계는 개인적 덕목인 관용에 의존하던 대응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불법과 처벌의 구체적인 지침을 법을 통해 제도화 함으로써 강제력을 높인 것이다. 다수에 의한 소수의 차별은 때로는 인종혐오를 드러내는 말이나 전단, 인터넷 등에 쓰여진 표현(Expressive)의 형태로, 또는 특정 자격시험이나 취직, 가게, 집을 구하는 일 등에서 접근(Access)을 방해하는 형태의 차별로, 더욱 심하게는 소수자에게 인종차별적인 동기에서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물리적(Physical)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차별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하여 가중 처벌하는 것은 임의적 덕목 이었던 관용보다 한 단계 더 진전된 다문화의 도전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다. 그러나 아직 이 단계까지도

13. 다문화 이행의 3단계 발전모델은 필자가 2006년 발표한 글(김남국 2006)에서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나라들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먼저 생각 해 냈고 당시에는 도표가 아닌 설명의 형태로 간단하게 제시했었다. 이후 라즈, 킴리카, 블라히 등의 논의를 참고하여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틀로 만들어 한국을 분석한 필자의 논문 (Kim 2009) 에서 현재 상태의 < 그림 3 >처럼 만들어 사용한 바 있다. 본문의 각 단계에 대한 설명은 필자의 영어논문과 일정 부분 중복된다. 필자는 이 발전모델이 모든 것을 다 포괄하여 설명할 수 는 없지만 한국뿐 아니라 서구국가들을 비교 분석하는데 하나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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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다수와 소수 사이의 권력관계는 역전되거나 해체되지 않는다. 법제화 역시 소수의 투쟁에서 시작하지만 다수의 동의와 묵인을 전제로 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계는 본격적인 다문화주의 단계로서 비차별의 법제화 단계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정책적 으로 문화적 권리를 지원하는 단계이다. 다문화주의는 단순히 단일문화에서 다양한 문화로 변화해 가는 사회의 현상을 가리키는 가치중립적 용어로 쓰일 수도 있고, 소수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는 규범적 의미로 쓰일 수도 있다. 후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문화주의란 사회적 소수집단의 정체성과 문화적 이해를 공공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정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경제나 복지차원의 재 분배보다는 문화적 권리와 문화적 생존의 공식적 인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러한 접근에서는 사회적 소수의 보호를 위해 예외적인 소수집단 우대 정책을 만드는 일, 소수집단의 문화적 표현을 공공영역에서 인정하는 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집단 대표나 집단적 자치의 권리를 허용하는 일 등이 사회 통합을 위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단계는 다수중심으로 설정된 힘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류사회의 기존 제도와 법의 틀 안에서 큰 양보 없이 실현 가능했던 관용 및 비차별의 밥제화 단계와 구별된다. 구체적인 다문화 정책의 내용들은 킴리카의 제안처럼 민족적 소수, 문화인종적 소수, 그리고 원주민에 따라 각각 집단대표의 권리, 다문화의 권리, 그리고 자치의 권리 등 다른 종류의 권리를 생각할 수 있다.14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은 새로운 구성원과 기존의 시민들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사회통합의 원칙에 대한 이론 작업을 필요로 한다. 즉 점차 다원화되는 사회에서 사회적 다수와 사회적 소수, 또는 기존의 시민 들과 새로운 이주자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구성의 원칙을 찾는 일은 다문화의 도전에 직면한 사회가 광범위한 토론과 성찰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다문화 이행의 3단계 모델은 각 국이 처한 다문화의 현실에서 어떤 정책에 우선을 두어야 할 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하고, 사회적 다수 와 소수 사이의 갈등과 협력이 어떤 수준에서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국가별로 비교 분석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IV. 세 나라 비교연구의 기초적 분석 결과 그렇다면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다문화 정책과 사회통합 정책은 관용, 비차별의 제도화, 그리고 본격적인 다문화주의 시행이라는 3단계에 비춰볼 때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다문화 이행의 3단계 모델을 통해 각국의 모습을 비교하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세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도출해 낼 수 있을까? 이 절에서는 다문화 이행의 3단계 모델을 일관되게 적용하여 영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다문화적

14. 세 가지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밴팅과 킴리카가 편집한 다음의 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Keith Banting and Will Kymlicka eds., Multiculturalism and Welfare State(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pp. 49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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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각 단계는 사회적 구조 차원에서 역사적 배경과 국가 개입의 전 통, 행위자의 차원에서 사회적 소수의 문화적 권리 요구 정도와 정부의 대응을 고려하여 진행 한다. 즉, 자유주의적 심의다문화주의는 영국의 역사적인 자유주의 전통과 심의에 중점을 두는 사회적 소수 및 정 부라는 행위자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공화주의적 시민동화주의나 자유방임주의적 선의의 묵인 역시 프랑스와 미국의 역사적 전통이라는 구조와 사회적 소수 및 정부의 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각국의 전통에 대한 정치사상적 해석은 자유주의, 자유방임주의, 공화주의가 보여주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책임, 그리고 국가 개입의 범위라는 세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분류하여 각국의 사례 해석에 적용 하였다.15 이러한 적용을 통해 영국의 경우 국가중립성과 최소주의 전략, 프랑스의 경우 시민의 덕목과 문화적 일체성, 그리고 미국의 경우 탈정치화와 개인 자유 우선의 원칙을 강조하는 전통에 주목하고자 한다.

1. 영국의 자유주의적 심의 다문화주의 : 국가중립성과 최소주의 전략 자유주의 전통에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정의는 외부의 강제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의 선택을 보장하는 것 을 의미하는 소극적 자유가 주를 이룬다. 자유주의 사회의 개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사적 영역에 머물면서 개인적인 삶을 살다가 시민으로서 의무가 요구되는 때에만 공적 영역에 나아가 시민이 된다. 즉, 자유 주의를 지지하는 많은 이론가들은 이 다원화 된 세계에서 개인들이 합의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의무 는 매우 단순하고 얕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은 오직 공공영역에 관한 일에서만 시민의 역할을 요구 받는다고 본다. 나아가서 시민의 개념이 소속감을 강조하는 국가 정체성과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자유주의 전통은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원칙들, 즉 법의 지배, 표현의 자유, 관용 의 원칙, 그리고 국민의 동의에 기초한 정부 등 누구나 받아 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연대의 모색에 더 주력해 왔다. 자유주의 전통은 또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사회의 갈등을 공정하게 타결하려는 중립적인 조정자로 전제 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보면 소수문화 집단에 대한 동화 정책은 국가가 중립성의 의무를 위반해가면 서 기존의 다수문화 집단에 대해 단지 크다는 이유만으로 소수문화를 흡수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하 고 있는 셈이 된다. 동시에 소수 집단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여 보호하는 것 역시 어떤 집단은 인정 하고 어떤 집단은 배제할 것인가에 대해 국가가 취해야 하는 중립적 위치를 벗어나 자의적 판단 가능성 을 열어 놓고 있다. 즉, 자유주의 입장에서 바라본 다문화주의는 구성원의 평등, 자유주의적 중립성, 그리고 자의적 판단의 배제라는 세 가지 주요 자유주의 원칙과의 갈등을 안고 있다.

15. 이 절에서 설명하는 세 가지 사상적 전통, 즉 자유주의, 자유방임주의, 그리고 공화주의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책임, 그리고 국가개입의 범주에 대한 논의는 필자의 논문“경계와 시민” (2005)과“다문화 시대의 시민”(2005)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어지는 각 소절의 사상적 전통에 대한 논의는 두 논문의 논의를 바탕으로 간략하게 재구성한 다음 이를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현실 해석에 적용한 것이다.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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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전통은 사회의 책임에 대해 점차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롤즈에 따르면 소득과 부의 분배가 역사적, 사회적 행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허용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자 산의 유무에 의해 소득과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도 허용할 이유가 없으며 더욱이 기회균등의 원칙 은 가족 제도가 존재하는 한 불완전하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천부적 능력이 계발되고 성숙되는 정도 는 모든 종류의 사회적 조건과 계급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의욕 그 자체 까지도 가정 및 사회적 조건에 의존한다. 실제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완전하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실을 시인하고 천부적인 운이 가져오는 자의적인 영향 을 완화시키는 원칙을 채택해야 한다. 그 결과 자유주의는 개인이 혼자 대응할 수 없는 비선택적 운과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책임을 통해 해소하고자 노력해 왔다.16 영국을 자유주의적 심의다문화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영국사회가 보여주는 국가중립성의 원칙과 최소 주의적 접근의 특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영국은 현대사회에 보편적인 정교분리원칙과 다르게 성공회 를 국교로 갖고 있고 국가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왕이 성공회 수장을 겸하고 있다. 동시에 영국은 소수 문화 집단이나 종교집단의 특별한 지위도 인정하고 있다.17 그러나 다문화의 도전에 따른 구체적인 사회 통합의 수행은 실제 사건이 일어나고 서로 다른 문화가 직접 만나는 지역차원의 기구나 조직에 맡김으 로써 국가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18 특정한 정치사상의 가치를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는 영국 현실은 아마도 합리적 대화와 상호존중이라는 자유주의적 원칙 위에서 모든 세력들의 이해를 타협 시켜 왔다는 설명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이 점에서 영국의 현실을 심의 다문화주의라고 부를 수 있고 이런 타협의 전통과 최소주의적 전략은 영국에서 전국 단위의 극우파의 세력이 미미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관용의 관점에서 영국의 심의 다문화주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앞의 논의에서 관용은 어느 시점에서나 중요한 덕목이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개인적 덕목이므로 사회여론이 바뀌고 다수의 의견이 변함에 따라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영국의 심의다문화주의는 적어도 다수 와 소수가 합의만 한다면 무슨 내용이든 담을 수 있는 유연한 그릇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이론의 흐름들을 아우르는 영국의 이처럼 유연한 접근은 뚜렷한 원칙에 의존하기 보다는 정세의 변화에 민감 하고 세력관계에 쉽게 영향 받는다는 점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성문법에 의해 일일이 규정된 권리를 따르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규범과 관습이 지배하는 불문법의 나라에서 관용은 더 쉽게

16. 존 롤스 지음, 황경식 역,『정의론』( 서울 : 이학사, 2005), pp. 111 ~ 122. 17. John Milbank, “Multiculturalism in Britain and the Political Identity of Europe”, International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Christian Church, Vol. 9, No. 4(2009), pp. 268 ~ 281. ,『이화사학연구』제 35집(2007). pp. 1~ 27. 18. 정희라,“영국의 자유방임식 다문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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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의해 영향 받을 수 있다. 영국사회가 새로운 이주자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보여준 관용의 수준 은 역사의 주요 사건들을 계기로 변화해왔다. 적어도 1962년 최초의 이민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모든 대영제국의 신민은 인종과 문화, 종교,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영국에 입국할 수 있고 정착할 수 있었다. 아시아와 카리브해로부터 이민이 본격화 하고 더 강화된 이민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도 영연방 국가로부터 유입된 이민자들은 영국내에서 일정한 시간을 거주한 이후 영연방 국가의 시민 자격으로 영국에서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 받았다. 따라서 정치 적 대표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고 소수 집단의 문화적 정체성 역시 대영제국의 긍정적인 유산으로 생각 하여 그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문화갈등의 여지를 줄여 왔다. 그러나 1958년에 런던 교외 노팅힐에서 전후 최초의 인종폭동이 일어나면서 영국의 관용 정신은 시험대에 오르기 시작하고 그 결과는 1962년의 첫 이민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 사태에서 소요를 처음 일으킨 가해자는 백인 노동자들이었고, 피해자 는 주로 카리브해 지역에서 이민 온 흑인 노동자들이었다.19 이후 1960년대 후반부터 이민을 주요 정치적 의제로 삼아 선거에 이용하려는 에녹 파월 등 보수당 의원 들의 반 이민 선동이 시작되었다. 1971년 이민법은 이러한 반 이민 선동과 석유위기 상황에 영향 받아 사실상 카리브해와 아시아의 연영방 국가로부터 미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중단하는 조치를 포함시켰고 가족 재결합의 가능성 정도만을 남겨두었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는 이미 슬럼화된 도심지역에서 흑인청소년들과 백인 경찰들의 대치가 방화와 파괴를 동반한 채 폭동으로 번지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이 시기의 충돌은 흑인들이 중심이 되어 먼저 시작한 누적된 분노의 폭발이 었고 이러한 상황은 1948년 국적법 이후 인정해 오던 과거 영국 식민지 국가 출신의 시민권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대영제국의 유산과 정식으로 결별하는 1981년 국적법 개정으로 이어졌다.20

2001년 5월에는 중서부 공업지대인 리버풀과 맨체스터 지역 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올담에서 시작 되어 곧 리즈, 번리, 브래드포드로 번져나간 소요사태가 일어났고 2005년 7월에는 52명이 죽고 7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런던 지하철 테러가 발생했다. 2001년의 소요는 아시아인들에 의해 시작된 최초의 인종폭동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었고 2005년 테러는 영국에서 나고 자란 영국 국적의 무슬림들이 일으킨 테러라는 점에서 영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9/11테러를 전후한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일어난 영국사회의 변화는 2002년과 2006년에 개정된‘이민과 망명 및 국적에 관한 법’ 에 반영되어 있다.

2002년 법은 시민권 테스트와 시민권 의식을 규정하였고, 2006년 법은 입국을 거부당한 외국인이

19. Nam-Kook Kim, “Ethnic Violence and Ethnic Cooperation in British Local Society”, Kore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39, No. 5(2005), pp. 135 ~139. 20. Nam-Kook Kim, “Revisiting New Right Citizenship Discourse in Thatcher’s Britain”, Ethnicities, Vol. 10, No. 2(2010), pp. 208 ~235.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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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할 수 있는 권한을 축소했다. 이 법은 또한 지문 등을 포함한 생체정보를 이민국이 요구할 수 있으 며, 이민자가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라도 공공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내무장관의 명령에 의해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했다.

1988년의 루시디 사건과 2000년의 파레크 보고서를 둘러싼 논쟁은 영국이 생각하는 관용의 정도를 추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들이다.21 루시디의 저서『악마의 시』 에 대해 이슬람의 예언자 마호메드 를 모욕하고 있는 것으로 본 영국의 무슬림들은 이 책을 출판 금지 시켜줄 것과 신성모독법에 의해 루시 디를 처벌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영국이 보여준 정부 차원의 대응은 루시디와 영국의 무슬림 모두 의사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고 그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방법이 평화로운 공공질서 유지라는 법의 원 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성모독법에 의한 루시디의 처벌도 원래 기독교를 모독한 범죄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이 법의 개정이 쉽지 않고, 끊임없는 소송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일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으며, 어떤 종교는 보호하고 어떤 종교는 보호하지 않기로 판단 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2000년 파레크 보고서가 미래 다문화인종 국가로서 영국의 모습을 다양한 공동체들이 평등하게 공존할 것으로 예상하고, 국가는 이처럼 다양한 공동체 가운데 하나의 공동체일 뿐인 것으로 묘사하자 영국의 많은 언론들은 영국적 특징(Britishness)의 해체를 우려하며 반격에 나섰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영국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라는 반격에 밀려 파레크가 위원회의 뜻이 잘못 전달되었다며 사과하는 사태 가 벌어졌다.22 대처정부의 내무장관이었던 허드는 국가는 관용의 덕목을 시민들에게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국사회가 사회적 소수에 대해 관용하는 정도는 국가 중립성과 최소주의 전략 아래서 여론의 방향에 따라 부침하고 있지만 이러한 부침이 보이지 않는 규범과 관습이 지배하는 불문 법의 나라에서 반드시 사회적 소수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23 그렇다면 비차별의 법제화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영국은 전후 어떤 발전을 이룩했을까? 영국의 심의다 문화주의가 문제 상황을 고려하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대표되는 가운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타협을 모색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추구한다는 점은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영국의 문화적 갈등이 사람 들의 눈에 덜 띄는 이유도 문제를 당사자 중심의 지역 차원에 국한시키면서 전국 차원의 단일 원칙에 따른 일관된 접근 시도를 아예 지양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전국차원으로 문제가 비화되는 것을 막는다고 해서 그 안건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영국정부가 부인한 적은 없다. 즉 영국정부는 새로운 안건은 받아

『국제정치논총』44권 4호 (2004), pp. 341 ~ 362. 21. 김남국,“영국과 프랑스에서 정치와 종교 : 루시디 사건과 헤드스카프 논쟁을 중심으로”

22. Bhikhu Parekh, The Future of Multi-Ethnic Britain(London: Profile Books, 2000), pp. 40 ~ 56. 23. Rose Capdevila and Jane Callaghan, “It’s not Racist, It’s Common Sense: A Critical Analysis of Political Discourse around Asylum and Immigration in the UK.” Journal of Community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 Vol. 18(2008), pp.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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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되 그 안건과 결부된 새로운 사회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막아 왔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특히, 보수, 노동 양당은 자신들의 이념의 날개를 좌우로 더 넓히거나 중도로 이동하는 방식을 통해 어떻게든 사회적 소수에 의해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답해 왔다. 그 대표적인 근거 가운데 하나가 영국이 1965년 유럽국가 가운데 최초로 인종관계법을 제정했다는 사실이다. 1965년의 법은 피부색깔이나 인종, 국적에 따른 표 현에서의 차별에 초점을 맞춰 처벌을 규정했지만 그 내용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 배상에 관한 것이 었다. 1968년에 개정된 인종관계법은 접근에서의 차별, 즉 고용과 집을 구하는 일에서 차별 금지를 포함시켰고, 1976년에 개정된 법은 인종평등위원회(Commission for Racial Equality) 를 출범시키 면서 교육과 공공부문까지 포함한 영역에서 직접적, 간접적 차별 금지를 명문화 하였다. 동시에 고용 이나 직업훈련, 노조, 전문직업집단에서 과소 대표된 문화인종집단에 대한 적극적 대우 (Positive

Action) 를 규정하였다.24 1983년 버밍햄의 파크그로브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Mandla vs. Dowell - Lee) 은 1976년에 개정된 인종관계법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이 사건에서 교장이 시크교도 학생에게 터반 착용 금지를 명령하자 상원은 이 명령이 1976년 인종관계법이 금지한 간접적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터반이 학교 생활의 근본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착용하는 것이 무방하다고 판단하였 다. 1989년의 고용관계법 역시 공사장에서 시크교도가 헬멧 대신 터번을 착용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 대신 사고가 일어났을 때 보상내용은 헬멧을 착용했다면 어느 정도 다쳤을 것인가를 산정하여 액수 를 정한다는 제한을 두었다. 이 판결에 대해 영국정부는 어떤 대응도 한 적이 없다. 즉 터반이나 헤드스 카프 착용에 관한 전국 차원의 규칙을 영국정부가 나서서 정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고, 설사 헤드 스카프 착용을 둘러싼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의 합의로 결정하라고 맡겨놓았다. 그 결과 법원은 터반이 학교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고 결국 모든 학교는 각자 나름의 복장 규정에 문화적 해석을 덧붙인 독특한 복장이 가능해 졌다. 이러한 상황은 평등의 관점 에서 보면 어수선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정법과 논리보다는 대화와 판단을 중요시하는 영국의 보통법과 의회주의 전통에서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다.

1993년에 런던 동남부 교외의 버스정거장에서 흑인 로렌스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받던 다수의 백인 청소년들이 무혐의로 풀려난 사건을 재조사한 1999년의 맥퍼슨 보고서는 영국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제도적 인종차별(Institutional Racism) 에 관해 언급하였다. 무지나 선입견, 낙인찍기 등을 통해 소수 문화인종에 속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실패한 제도의 한계를 의미하는 이 논쟁 이후 영국정부는 2000년에 기존의 인종관계법을 개정한 바 있다. 새로운 법은 인종차별에 대해 공공기관의

24. Martin Ruhs and Bridget Anderson, “Semi Compliance and Illegality in Migrant Labour Markets: An Analysis of Migrant, Employers and the State in the UK”, Population, Space, and Place, Vol. 16(2010), pp. 195 ~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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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한 대처와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사적 기관들, 즉 병원, 학교, 지방의회, 주택회사, 지역개발 기구 등이 적극적인 차별금지 정책과 인종관계 증진에 기여할 것을 규정하였다. 나아가 2006년 제정된 ‘인종과 종교혐오 금지에 관한 법’ 은 종교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선동에 대해 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영국의 정책들은 차별금지와 사회통합을 위해 영국정부가 단지 중립적조정자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자면 영국은 사회적 소수와 관련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유럽에서 가장 앞선 성취를 보여왔다.25 그렇다면 관용과 비차별의 법제화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다문화의 단계에서 영국은 문화적 권리의 인정 에 어떤 모습을 보여 왔을까? 영국은 역사속에서 전쟁이나 조약을 통해 강제적으로 병합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의 민족적 소수집단이 있고, 바하마, 자메이카 등에서 자발적으로 이민 온 카리 브해 흑인과 인디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이민 온 아시아인들로 이루어진 문화인종적 소수가 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는 1999년 실시한 국민투표를 통해 자치의 권리를 인정받았는데 스코틀랜 드는 런던의회가 정한 세금의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의회(Scottish Parliament) 를 인정 받았고, 웨일스는 행정자치 권한에 집중된 의회(Wales Assembly)를 인정받았다.26 이들 소수 민족 집단은 지역이나 전국적 차원에서 자신들의 고유 언어에 대한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 받고 있고, 소수 언어 사용 학교나 미디어에 공적인 재정을 지원받으며, 국제회의나 기구, 스포츠 시합 등에 자신들의 민족을 대표하여 출전할 수 있다. 소수 문화인종 집단들도 대영제국의 유산과 영연방 체제 아래서 이중국적을 허용 받았고 소수 문화인종 의 문화활동을 위한 재정 지원을 받으며 약 7,000여 개의 종교적 교육기관이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다. 1997년까지 영국에서 성공회와 가톨릭, 감리교, 유대교의 학교는 공공예산의 지원 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슬람과 유대정교, 모르몬 등의 학교는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1998년 인권법과 2000년 인종관계법의 개정과 더불어 모든 종교 학교들이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10년 현재 38개의 유대교 학교, 11개의 무슬림 학교, 4개의 시크교 학교, 1개의 그리스 정교 학교, 1개의 힌두학교, 1개의 퀘이커 학교, 1개의 제칠일 안식일 교회 학교 등이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27 이 이외에도 영국은 미디어에서 소수인종의 출연을 보장하고 있고 법에 의해 자유 로운 복장이나 종교행위를 보장하고 있으며 1976년 인종관계법 이래 불리한 이민자 집단을 위한 적극 적 차별 시정(Positive Action)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차원에서 다문화정책의 원칙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지 않던 영국에서 의외로 소수 민족이나 소수 문화인종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25. 최동주,“영국의 이민관련 제도와 다문화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다문화사회연구』제 2권 1호(2009), pp. 104 ~106. 26. Arthur Aughey, Nationalism, Devolution, and the Challenge to the United Kingdom(London: Pluto, 2001). 27. 지방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종교학교 통계 http://www.teachernet.gov.uk/wholeschool/faithschools (검색일 : 2010.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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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이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면서 유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영국의 심의 다문화주의의 장점이지만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누구는 포함시키고 누구는 포함시키지 않 는가에 대한 논리적 일관성의 부족과 문화적 권리의 부여과정에서 생기는 선정의 자의성 문제 때문에 항상 비판에 노출되어 있다. 영국 역시 9/11테러 이후 영국적인 특징의 강화를 통해 통합을 강조하고 다양한 문화적 권리에 대한 인정이 분리주의를 조장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유럽국가들 가운데 인종주의적 테러나 극우그룹의 활동이 가장 낮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다문화의 도전에 직면하여 사회통합에 성공적인 사례로 이야기 된다.28

2. 프랑스의 공화주의적 시민 동화주의 : 시민의 덕목과 문화적 일체성 공화주의 전통은 시민의 자유와 사회의 책임, 그리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 자유주의 및 자유방임주의 전통과 다른 입장을 보여준다. 공화주의에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정치공동체의 시민으로서 공공활동에 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스스로의 자유를 완성시킨다고 본다. 따라서 개인은 사적 영역에 머무르기 보다는 정치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소속감을 갖고 연대와 헌신, 애국 등의 덕목을 통해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요구 받는다. 공화주의의 개인은 공동체의 환경에서 벗어난 추상적인 자아가 아니라 공동 체의 역사와 전통에 의해 규정 받는 자아이다. 이와 같은 개인은 외부의 강제에 의해 간섭 받지 않을 소 극적 자유를 목표로 하는 자유주의적 개인과는 다르다. 즉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소극적 자유 를 추구하는 동안 자신이 서 있는 공동체의 토대 자체가 무너질 수 있고 공동체의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서 개인의 자유를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화주의 전통에서 국가는 정치과정의 중요한 참여자로서 정치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하는 것으로 상정된다. 자유주의에서 상정하는 중립적인 조정자로서 국가 와는 달리 정치공동체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공화주의 전통은 국가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시민들을 교육 시키고 사회화 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가 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형성된 국가정체성은 시민들 사이의 소속감과 연대를 증진시키고 시민들 사이의 일체감이 곧 사회정의와 민주 주의 실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된다. 공화주의 전통은 시민과 국가의 직접적인 관계를 전제하기 때문에 이 둘 사이를 매개하는 사회의 역할 은 제한적이다. 즉 공화국에 충성하는 시민의 헌신이 중간집단에 의해 분산되거나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종이나 종교, 문화에 의해 구획되는 중간집단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입장은 정치 공동체 사이의 경계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따라서 공동체 밖으로부터 새로운 문화적 유입에 대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소수문화 집단에 대한 인정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문화적

28. 김용찬,“영국의 다문화주의 담론과 정책” ,『민족연구』제 30권(2007), pp. 148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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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요구하는 소수 문화인종 집단의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 공화주의의 가치와 원칙으로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우할 때 가장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된다고 믿는다. 즉 공화주의의 일관된 원칙이 다문화 주의가 갖는 자의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소수집단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지름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문화의 도전에 대응하는 프랑스의 사회통합 유형을 공화주의적 시민동화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프랑 스가 혁명이래 자유, 평등, 박애, 세속주의, 애국주의 등으로 이루어진 공화주의 이념을 소수 문화인종 의 요구에 대응하는 원칙으로 삼아 왔다는 것을 뜻한다. 프랑스는 1989년 이후 지속된 헤드스카프 논쟁 과 2004년 종교적 상징물의 착용 금지법 제정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영역에서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금지해왔고 그러한 시도를 프랑스 사회를 지탱하는 세속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왔다.29 즉, 인종, 문화, 종교적 정체성의 표현을 인정함으로써 사회가 파편화되는 것보다는 공화 주의 원칙을 중심으로 단일한 공화국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소수에게 더 나은 평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프랑스 공화주의자에게 공공영역에서의 문화적 정체성의 인정은 원시적 부족 주의와 종교적 신념의 싸움으로 점철되었던 중세의 암흑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세의 종교 전쟁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를 통한 세속주의 원칙으로 해결했다고 믿는 프랑스 공화주의자들 에게 인종, 종교, 문화 등의 개인적 및 집단적 정체성을 공공영역에서 드러낼 수 있게 하는 다문화주의 의 수용은 중세의 전철을 다시 밟으려는 어리석은 시도인 것이다.30 프랑스는 1960년대의 미국이 바로 이러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인종과 문화, 종교에 따라 파편화 되어 가는 미국 모델을 따라 가서 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관용의 전통은 이처럼 공화주의 원칙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 관용이기 때문에 공화주의 원칙에 의문을 제기하며 도전하는 소수 집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프랑스의 관용 전통은 뚜렷이 다른 두 얼굴을 갖는다. 이 추상적인 통합의 원칙은 공화주의 정신과 공화주의적 제도가 충실하게 구현되고 있을 때에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만약 인종주의적 차별과 배제가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적 정체성의 드러냄까지 억압받게 되면 소수집단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31 프랑스는 1915년에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적대국 출신의 이민자가 취득한 프랑스 시민권을 박탈 하는 법을 제정한 적이 있고 석유위기 직후인 1974년부터 미숙련 이민을 엄격히 제한한 바 있다. 1993년 의 파스쿠아법은 1891년 국적법이래 지속되어 온 속지주의 원칙에 근거한 프랑스 시민권 부여 전통을 제한하여 프랑스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경우 자동적인 시민권 취득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18세가 되었을 때 시민권 취득의사를 밝히고 그때로부터 이전 5년 동안 프랑스에 거주했어야 하며 이 시기

29. John Bowen, Why the French Don’t Like Headscarves(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7), pp. 63 ~152. ,『국회도서관보』43권 5호 (2006), p. 12. 30. 김남국,“유럽에서 다문화의 도전과 대응” 를 중심으로” ,『한국사회학』41권 3호 31. 엄한진,“프랑스 이민통합 모델의 위기와 이민문제의 정치화 : 2005년‘프랑스 도시외곽지역 소요사태’ ~ (2007), pp. 253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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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범죄기록이 없을 것 등을 요구하였다. 공화주의 원칙에 따라 중간집단을 허용하지 않는 프랑스의 전통은 1791년 르 샤플리에법에 규정된 이후

1884년 발덱루소법에 의해 노조활동을 허용함으로써 완화되었지만 사회적 소수집단에게는 1981년에 서야 문화나 인종, 종교에 따라 결사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였다. 이미 프랑스는 1970년대 후 반에 리용 등에서 인종 소요를 경험해 왔고 1983년에는 인종차별 철폐와 폭력 추방을 기원하면서 10만 여명의 무슬림과 프랑스 시민들이 마르세이유에서 파리까지 이르는 길을 행진하는 시위가 있었다.

1990년의 보정블랑 폭동, 1995년 발푸레 폭동 등은 마그레브 청소년들과 경찰의 충돌을 계기로 시작 되어 이민자들의 소외와 분노가 폭발한 전형적인 인종폭동이었다. 같은 유형의 소요로 2005년 10월부 터 약 한달간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폭동은 68이후 최대 규모의 소요로 기록되었다. 9/11테러 이후 서구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회귀 분위기 속에서 2005년 소요는 프랑스 사회의 반 이민자, 반 무슬림 정서 를 강화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32 이러한 일련의 폭동과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된 헤드스카프 논쟁을 거치면서 프랑스는 1990년 고위통합위원회를 설치하여 이민자들의 통합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였다.

9/11 테러와 2005년 소요사태 이후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 변화는 다양한 입법에 반영되어 있다. 프랑 스는 2003년에 불법이민 근절에 초점을 맞추는 이민법을 제정한 바 있고, 2006년에는 선택적 이민을 강조하는‘이민과 통합에 관한 법률’ 을 제정한 바 있다. 이 법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의해 의미 있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프랑스의 경제적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을 이민자로서 우대하는 것이다. 또한 이 법은 시민권 취득 조건을 강화하여 프랑스인과 결혼한 외국인의 경우 국적 취득 기간을 2년에서 4년 으로 연장하였으며,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가족을 프랑스로 데려오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렸다. 2007년에는 앞의 두 법을 통합하여 일명 오르트페법으로 불리는‘이민통제, 동화, 망명에 관한 법’ 을 제정하였고 이 법을 집행할‘이민, 통합, 국가정체성 및 개발연대부’ 를 정부부처로 신설하였다.33 이와 같은 현실의 변화는 프랑스에서 관용의 수준이 그 원칙적인 주장과는 다르게 제한 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공화주의가 차별과 배제를 위한 정치적 동원의 근거로 사용된다 는 비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34 즉 프랑스의 무슬림들은 종교적 선의 구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 들의 생활방식을 공화주의의 세속주의 원칙이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갈등을 안게 되고, 프랑 스가 이 세속 근본주의를 고집하는 한 소수 집단을 관용하기 보다는 그들의 사회적 통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배제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32. Susan Ossman and Susan Terrio, “The French Riots: Questioning Spaces of Surveillance and Sovereignty”, International Migration, Vol. 44, No. 2(2006), pp. 5 ~21. 33. 박선희,“프랑스 이민정책과 사르코지 (2002 ~2006)”,『국제정치논총』50권 2호(2010), p. 202. 34. 박선희, 앞의 논문, p.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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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다문화 정책을 비차별의 제도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인종차별과 관련된 범죄에 대해 별도의 입법을 통해 처벌하기 보다는 기존 민법이나 형법의 틀을 적용하여 해결하려는 공화주의의 영향이 나타 난다. 프랑스는 보편적인 공화국의 제도와 형법 이외에 인종갈등과 인권침해를 시정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기구를 설립하거나 인종차별 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특별기구와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소극적이었 다. 특히 인구조사에서 인종이나 종교에 따른 통계를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은 1940년대 비시정권 아래 서 유태인들을 색출해 강제수용소로 보냈던 과거의 부정적인 역사적 경험도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2006년에는 가시적인 소수 (Visible Minority)라는 간접적인 용어를 써서 사회조사에 사용하려 하였 으나 정부에 의해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35 그러나 프랑스의 공화주의 전통이 반드시 예외적인 입법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프랑스는1972년에 플레벤법(Pleven Law) 을 제정하여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금지한 바 있고 1990년 게조법(Gayssot Law) 에서는 유태인의 학살 사실을 부정 하는 경우 처벌하는 것을 규정하기도 하였다.36 또한 프랑스 정부는 1998년 이후 각종 공공 및 민간기관들과 인종차별 금지협정을 체결하고‘통합과 차별 금지 지원기금’ (FASILD)을 통해 재정을 지원한다. 협정 체결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인종차별 금지 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고 인종차별 현황을 조사하며 인종차별 금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2001년 에는‘차별 금지에 관한 법’ 을 제정하여 고용을 포함한 차별에 대해서 시민단체도 피해자를 대신하여 법원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차별행위에 대한 사실 여부 증명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부과 하였고 인종차별에 관해 증언한 사람은 처벌이나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2005년에는‘차별금지와 평등증진을 위한 고위기구’(HALDE)를 설치하였고 2006년에 제정된‘기회 균등법’ 은 일반적인 청년실업 문제를 포함하여 소수 집단의 고용 기회 강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37 세 번째 단계인 다문화주의 단계는 공공영역에서 사회적 소수의 예외적 지위를 인정하고 예산지원을 통해 집단자치, 집단대표, 다문화의 권리 등을 보장하는 것인데, 프랑스에서 이러한 정책사례를 찾아보 기는 힘들다. 프랑스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마그레브 지역에서 온 아랍인과 베트남에서 온 아시 안, 세네갈 등에서 온 아프리카인 등의 소수 문화인종이 있고, 알사스, 바스크, 브리타뉴, 프로방스, 코르시카 등의 소수민족이 있다. 프랑스는 이들 소수민족의 언어나 문화의 보존에 소극적이었으며

2000년 조스팽 정부가 코르시카를 위한 점진적인 자치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2003년 코르시카 주민 투표에서 자치확대 계획이 부결됨에 따라 코르시카는 여전히 프랑스의 26개 행정지역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프랑스는 항상 헌법 1조의 분리 불가능한 단일한 공화국을 근거로 프랑스가 인종이나 종교에

35. 김복래,“프랑스, 영국, 미국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교 고찰” ,『유럽연구』제 27권 1호 (2009). p. 221. 36. Robert Lieberman, “A Tale of Two Countries: The Politics of Color-Blindness in France and the United States" French Politics, Culture, and Society, Vol. 19, No. 3(2001), pp. 32 ~ 59. ,『한국행정학보』제42권 3호(2008), pp. 478 ~ 479. 37. 한승준,“프랑스 동화주의 다문화정책의 위기와 재편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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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한 공동체로 분열되는 것을 막고 공화주의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정치공동체를 유지하고자 했다. 프랑스에서 문화집단 사이의 갈등이 국가적인 차원의 논쟁으로 빠르게 비화하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데에는 이른바 공화주의 원칙에 근거해 다문화의 도전에 대응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일관된 원칙 이 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극우집단과 이민자 집단 모두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 하고 세력을 넓힐 수 있는 공개적인 기회와 구조를 제공한다. 그 결과 오늘날 프랑스는 전국차원의 소수 문화인종 집단 조직이 유럽에서 가장 많고, 이에 맞서는 전국차원의 극우정당 활동 역시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다. 공화주의의 분명한 원칙은 논리적으로 명쾌한 결론을 보여주지만 문화적 생존을 요구하는 사회적 소수는 자신들의 필요가 무시되는 현실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공화주의가 성공적인 다문화의 대응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공화주의적 원칙들이 현실에서 확실하게 지켜지면서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어 야 한다. 만약, 공화주의적 제도와 정신이 쇠퇴하고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대우가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문화적 생존의 요구까지 무시된다면 소수 문화인종 집단에게 이런 사회는 아무런 장점이 없는 최악의 경우가 될 것이다.38 최근 사르코지 시대의 공화주의 현실에 대한 평가는 프랑스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분위기 속에 초기의 개방적인 특징보다는 소수집단에게 불리한 차별과 배제의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 미국의 자유방임주의적 선의의 묵인 : 탈정치화와 개인자유 우선의 원칙 자유방임주의 전통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책임, 국가 개입의 범위는 공화주의 전통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자유방임주의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덕목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이다. 개인은 외부의 어떤 간섭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 방임주의 전통에서 볼 때 정치공동체를 전제하는 시민권은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개념이 아니다. 이 전 통의 이론가들은 시민의 개념에서 정치적인 의미를 제거하고 가능한 한 많은 공공영역을 사적 영역으로 바꿔서 개인의 권리를 방해하는 외부의 간섭을 줄이려고 시도 해 왔다. 즉 개인은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는 공동의 문제가 생겨서 논의를 해야 할 때만 잠시 공공영역의 시민으로서 참여한 다음 바로 사적 영역의 개인으로 돌아 간다. 자유방임주의의 세계에서 국가의 역할은 개인들의 자발적 계약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국한 된다. 자유방임주의자가 무정부주의자들처럼 국가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직 필요할 때만 그 역할과 개입을 최소한으로 인정한다. 만약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일과 관련된 것이어야 하고 세금을 통한 재분배도 오직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 기 위해 쓰는 것일 때만 동의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사실 국가는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자치 조직과

38. 김남국,“유럽에서 다문화의 도전과 대응” , pp.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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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자유방임주의 전통에서 국가의 경계가 갖는 의미는 개인의 사유재산을 표시 한 울타리와 도덕적인 중요성에서 별 다른 차이가 없다. 즉 나라 사이의 국경과 이웃 사이의 울타리는 똑 같은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서 존재하기 때문에 이민이 그렇게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자유방임주의 전통에서는 사회의 역할 역시 최대한 배제하고 개인의 선택에 최고의 가치를 두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은 다문화주의를 지지하는 강력한 논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자유방임주의의 가치 다원주의 입장은 국민국가의 전통을 이미 선점하고 있는 다수 집단의 문화나 새로운 집단의 문화 모두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개인들의 생활 양식일 뿐이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 이다. 사회와 국가의 역할을 부정하거나 최소화하면서 모든 공공의 관계로부터 벗어나 탈 정치화한 개 인들은 시장에서 만나 자율적인 조정 과정을 거친다. 서로 다른 문화도 평등한 조건으로 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만남에서 서로 다른 문화 집단 사이에 관철되고 있는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를 무시 할 수는 없다. 즉 자유롭다고 생각되는 개인도 다수 문화 집단이 제시하는 규범을 준거로 하여 개인의 가치와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내면화 하여 구체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동질적이었던 유럽의 국민국가와 달리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이민의 역사로 이루어 져 왔다. 이민의 주요 세력이 달라짐에 따라 초기 영국인들이 중심을 이루던 앵글로 아메리카 시기를 거 쳐 유럽인들이 주류를 이루던 유럽 아메리카 시대, 아시아와 남미로부터 본격적인 이민과 함께 시작된 다문화주의 시대, 그리고 최근에는 문화집단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민족 아메리카(Post Ethnic

America) 시대라는 담론을 선보이면서 나아가고 있다.39 미국은 적어도 미국식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한, 개별 소수 인종들이 가져 오는 문화의 이질성이 미국문화에 풍요로움을 더해 준다는 이유로 묵인해 왔다. 즉, 미국을 대표하는 자유방임주의의 전통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모든 부문에서 문화적 정체 성의 표현에 대한 선의의 묵인을 통해 개인 또는 집단간의 문화 갈등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상상력을 해방시킴으로써 생산력의 극대화를 추구해 왔다. 이와 같은 미국의 다문화 정책과 사회통합 정책을 관용의 차원에서 살펴 보면 역시 국제정세와 국내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그 수준이 부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인이나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던 시기에 미국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882년 중국인 배제법을 통해 중국인 의 이민을 금지했고 1907년 일본과의 신사협약을 통해 일본인의 이민을 사실상 중단 시켰다. 1924년에 이민법을 제정하였지만 국적별로 일정인원을 할당하면서 아시아인들은 여전히 배제하였다. 미국은

1924년에 모든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별도의 법 제정을 통해 시민권을 부여하였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39. David Hollinger, Post ethnic America(N.Y.: Basic Books, 1995), pp. 105 ~ 130 : Michael Lind, The Next American Nation(N.Y.: The Free Press, 1995), pp. 17 ~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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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이민이 정식으로 재개된 것은 1952년의 이민법을 통해서였고 1965년 이민법이 국가별 할당제를 철폐함으로써 본격적인 아시아와 남미로부터 이민이 시작되었다. 미국경제의 호조와 남미와 아시아계 의 이민이 제공하는 노동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던 1990년 이민법의 경우에는 문화다원성을 장려하는 다양성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추첨으로 이민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적어도 이 시기에 미국은 다 양한 국적과 계층의 사람들에게 이민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미국사회의 문화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일자 리를 창출하며 기존 이민자의 가족 재결합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1992년 캘리포니아의 폭동은 자유방임의 원칙아래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선의의 묵인을 통해 탈정치화를 추구하는 사회통합 정책이 미국사회에 내재하는 문화집단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 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내었다. 흑인들은 백인 경찰로 대표되는 구조적 차별에 대해 분노를 폭발시켰고 흑인과 한국인, 그리고 남미계 이민자들은 자신들끼리 서로를 공격하고 희생 양을 찾으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을 보여 주었다. 이 사건 이후 1994년에 캘리포니아주는 주민 투표 를 통해 불법이민자의 의료혜택과 교육혜택을 축소하는 안건 187조를 통과시켰지만 이 안건이 법률로 입안되어 최종 통과되던 1996년에 이르면 원래의 강경하던 내용은 많이 완화되어 있었다. 1996년 클린 턴은 사회복지 정책에서 무조건적인 혜택의 부여가 아니라 노동의 기회를 주고 그에 따른 개인의 책임 을 묻고자 하는 방향으로 복지법을 개정한 바 있다. 소수 문화인종으로 이루어진 이민자들을 겨냥하여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은 9/11테러 직후 2001년에 제정된 애국법(Patriot Act)일 것이다. 이 법은 테러 방지를 위한 수사목적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게 규정하면서 테러 용의자를 구치하고 수상한 단체를 감시할 수 있으며 용의자의 사무실과 집에 대한 수색이 가능하고 변호사의 접근을 거부할 수 있 는 권한을 규정했다.

1965년 이민법 개정 이후 이민정책과 불법이민에 대한 대처 등에서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교되는 미국 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 이해가 걸린 고용주나 이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의원들로 이루어진 이익집단의 정치에 의해 그 정책의 강도와 방향이 결정된다는 점이다.40 욥케는 이 현상을 왜 자유주의국가는 원하지 않는 이민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꾼 다음 이익집단의 정치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41 미국사회의 점진적인 변화는 1960년대 인종의 도가니(Melting Pot)에서 1990년대 아메리칸 모자이크(American Mosaic)로 바뀐 다문화 정책의 개념에 반영되어 있다. 이 개념은 미국문화로의 완전한 동화에서 자신의 문화를 보존한 채 서로 공존하는 다문화의 이상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 한 문화의 공존을 주장하는 가운데서도 자유, 평등, 민주주의, 개인주의, 인권, 법치, 사유재산의 원칙

40. Christian Joppke, Immigration and Nation State: the United States, Germany, and Great Britain(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pp. 54 ~ 61. 41. Christian Joppke, “Why Liberal State Accepted Unwanted Immigrants?” World Politics, Vol. 50, No. 2(1999), pp. 266 ~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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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으로 이루어진 미국적 신조(American Creed) 에 대한 강조는 계속되고 있고 관용의 수준을 현저 하게 낮춘 2001년의 애국법은 역설적이게도 이 미국적 신조가 표방하는 원칙과의 모순을 드러낸다.42 비차별의 제도화라는 차원에서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 을 기울여 왔고 긍정적 정책들을 선보여 왔다. 남북간 내전을 통해 해방된 흑인노예의 시민권, 투표권 등의 지위는 1865년부터 1870년 사이에 수정된 헌법 13, 14, 15 조에 명시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흑백분리와 차별은 계속되었고 1896년 대법원의 플레시 대 퍼거슨 사건(Plessy v. Ferguson) 판결은 ‘분리하되 평등하게’ (Separate but Equal) 라는 원칙 아래 철도 등의 사적 사업 분야에서 루이지애나 인종분리법이 합헌임을 결정하였다. 이 결정은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Brown v. Board of 고 보고 Education) 판결에서 대법원이‘인종적으로 분리된 모든 교육기관은 그 자체로 불평등하다’ 인종분리가 수정 헌법 14조의 평등한 보호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함으로써 뒤집혔다. 브라운 판결 이후 10여 년 동안 계속된 시민들의 투쟁은 1964년 민권법의 제정으로 완성되었다. 1964년 민권 법은 학교와 직장에서 인종분리를 금지하고 소수인종의 투표권을 보장했으며 뒤이어 출범한 1965년의 고용평등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는 민권법의 제 7장 에 근거해 고용과 직장에서 적극적 차별시정 정책(Affirmative Action) 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법은 기업주들에게 인종과 성 기준의 고용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함으로써 영향력을 발휘했다.43 적극적 차별시정 정책은 처음에는 고용분야에 집중되었지만 점차 학교에서 인종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 발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초점을 옮겨 갔다. 이 정책은 역사적으로 누적된 불리한 기회를 보상하고 사회 의 다원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자체로써 사회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두 가지 이유에서 지지되 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소송을 통해 이 정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1978 년 버클리 대학의 소송 (Bakke v.

California Board of Regent) 과 2004년 미시간 대학의 소송(Gratz v. U. of Michigan, Grutter v. U. of Michigan)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국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대법원까지 올라간 2004년 의 소송은 다양성이 미국의 절대적인 이해라는 원칙아래 적극적 차별 시정 정책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로 끝났다. 즉 대학입학에 요구되는 다양한 다른 기준과 함께 인종에 대한 고려도 개인의 입학사정에 참고할 수 있지만 일정한 할당인원과 무조건적인 점수를 사전에 일괄 배정하는 것은 허락

42. Samuel Huntington, Who are We? : The Challenges to America’ s National Identity(N.Y.: Simon Shuster, 2004) : Seymour Martin Lipset, American Exceptionalism: A Double Edged Sword (N.Y.: W.W. Norton & Company, 1997). 43. Terry Anderson은 자신의 책에서 적극적 차별 시정정책이 1930년대의 루스벨트 정부와 1950년대 트루만 정부 시절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본다. Terry Anderson, The Pursuit of Fairness: A History of Affirmative Action, pp. 1~ 48. 44. Barbara Perry, The Michigan Affirmative Action Cases (Kansas: Kansas University Press, 2007) : Lydia Chavez, The Color Bind(Berkeley: Univ. of California Pres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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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44 적극적 차별 시정 정책은 어느 사회, 어떤 시기에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특정한 역사적 조건 아래서 다원적인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 들이 합의했을 경우에만 시행 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에 그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도전이 계속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잘 정비된 비차별의 법제화를 넘어서 어떤 문화적 권리를 소수집단에게 부 여하고 있을까? 사실 자유방임주의적 선의의 묵인이라는 미국의 다문화 정책과 사회통합 정책의 특징 은 다문화의 권리 부여라는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수정 헌법 1조에 명시해 놓았고 원칙적으로 공공영역에서 특정 인종이나 종교적 정체성에 근거한 의례를 못 하게 하지만 실제에서는 심각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그냥 묵인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문화 다양성 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하면서 특정 종교의 축제일을 허가하고 전통복장의 착용에 간섭하지 않으며 종교단체에 세금 면제 혜택을 주고 심지어는 지방정부가 종교단체에 재정보조를 하기도 한다. 이중국 적도 적대국의 장교로 복무하지 않는 한 특별한 제한 없이 허용되며 아메리칸 원주민에게 보호구역과 지원금을 제공한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무간섭에도 불구하고 정교 분리의 원칙을 확인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소송들은 주기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립학교의 바우처(Voucher) 운영이나 학교에 서의 기도 문제, 국가 복지예산의 종교단체 배분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송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2000년의 대법원 판례(Santa Fe Independent School Dist. v. Doe) 는 학교 스포츠 시합에 앞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기도를 하는 것이 정교 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결하였고, 2006년 대법원 판례(Kevin and Julia Anderson v. Durham School) 는 메인주의 원고 학생들이 공립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그 수업료(Voucher)를 갖고 종교 교육기관에 등록하는 것에 대해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결하였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2003년 국토방위부를 정부 부처로 신설했고 2004년‘국경보안 및 입국비자 개선법’ 을 제정하여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의 신체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후 2007년까지 진행 된 이민법 개정논의는 문화 다양성의 증진과 이익집단의 정치에 중점이 있던 1965년 이후 이민에 관한 논의와는 다르게 안보 차원과 개인 능력을 기준으로 그 중점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족, 언어, 종교, 피부색 등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결정 짓는 요소들을 배제한 채 개인의 교육수준, 전문직 종사 여부, 영어구사 여부 등 개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민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문화 다원주의로부터 후퇴를 의미하며 한편으로 프랑스식 공화주의 원칙을 연상시킨다.45 자유방임주의의 개인 우선 원칙과 탈정치화는 개인의 해방이라는 차원에서 공감할 수 있는 급진적인 프로젝트이지만 어떤 문화집단에도

45. 유성진, 김희강, 손병권,“2007년 미국 이민법 개정 논쟁 : 과정과 함의 그리고 미국의 다원주의” ,『미국학논집』39권 3호(2007), ~ pp. 159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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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하지 못하고 급속하게 주변화 되어 사라져 가는 개인들이 늘어가는 현실, 그리고 원자화된 개인들 사이에 보이지 않게 지속되고 있는 구조적 차별은 미국의 사회통합과 다문화정책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V. 결론 : 경로 의존성과 일반적 수렴현상 지금까지 논의는 영국, 프랑스, 미국을 교차 분석하는 일반적인 비교의 틀을 제시하고 각국이 보여주는 다문화 정책의 역사적, 사상적 기원과 함께 정책결정자의 자율적 판단을 고려하여 세 나라의 다문화 상황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특히 4절에서는 세 나라가 보여주는 정책의 모습들이 어떤 역사적 구조 및 사상적 기원을 갖는지에 대해 관용과 비차별의 법제화, 본격적인 다문화의 3 단계로 나누어 살펴 보았다. 이처럼 국민국가가 보여주는 현재의 다문화 정책 및 사회통합 정책이 자신들이 걸어온 역사적, 문화적 전통의 규정 아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연구를 역사제도주의적 접근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와 같은 역사제도주의 시각에서 비가시적인 가치와 원칙들로 이루어진 사회 문화적 전통이 어떻게 현재의 정책을 만들어 냈는가와 초기의 투자비용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채택하기 쉽지 않은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의 개념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시켜 왔다.46 필자의 작업은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개별국가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나라를 비교할 수 있는 몇 가지 틀을 제시하고 그 틀 아래 어떤 분석이 가능한 가를 모색한 것이고 여기에 정치사상적인 해석을 결합시 키고자 한 것이다. 이 작업은 공공정책에 반영된 철학적 흐름을 파악하고 그 사회에 고유한 정치사상적 해석을 덧붙인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 역사제도주의 시각을 따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민과 시민권 문제를 둘러싼 다문화 정책 및 사회통합 정책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욥케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그리고 독일을 비교한 연구에서 세 나라가 모두 기존의 다문화정책보다는 시민통합 (Civic

Integration) 과 차별금지(Antidiscrimination) 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묶일 수 있는 비슷한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47 시민통합의 차원에서 네덜란드는 1998년 이민자 통합법(1998

Newcomer Integration Law) 을 통해 이민자들은 600시간의 네덜란드어 수업을 포함하여 12개월에 이르는 사회통합 수업에 참석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였다. 프랑스도 2003년 이민자 통합법(2003

Welcome and Integration Contract)에서 프랑스어와 역사에 대한 지식을 강조하고 500시간의 수업

46. Rogers Brubaker, Citizenship and Nationhood in France and Germany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92): Adrian Favell, Philosophies of Integration(London: Macmillan, 1998): Randall Hansen, Citizenship and Immigration in Post-War Britai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2): Riva Kastroyano, Negotiating Identitie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2). 47. Christian Joppke, “Transformation of Immigration Integration: Civic Integration and Antidiscrimination in the Netherlands, France, and Germany”, World Politics, Vol. 59, No, 2(2007), pp. 243 ~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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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를 의무로 규정했고 독일 역시 2004년 이민법(2004 Immigration Law)에서 독일어와 역사에 대한 충분한 지식습득을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하였다. 이와 같은 시민통합 정책과 함께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은 이미 입국한 이민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차별금지 정책을 동시에 채택하고 있다. 차별금지 정책의 강화 차원에서 네덜 란드는 1994년에 제정된 평등대우법을 유럽연합의 지침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2004년에 개정하여 소 수집단의 고용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하였다. 프랑스는 2001년 입법에서 유럽연합 지침이 규정한 최소한의 범주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차별금지를 수용하였고 독일 역시 2006년 유럽연합 지침을 수용한 평등대우법을 제정하였다. 바꿔 말하자면, 각국은 차별금지와 시민통합의 강화라는 정책을 통해 불법 이민을 철저히 차단하는 대신 이미 입국한 이민자들에게는 강력한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가져온 주요 변수로 주목되는 것은 9/11테러 이후 보수적으로 변화한 서구의 여론과 유럽연합의 역할이다. 유럽연합(EU) 은 2000년에 제정하여 2003년까지 각국이 채택할 것을 요구한 유럽연합 인종지침(2000 EU Race Directive)을 통해 각국의 차별금지 정책 강화 에 영향을 미쳤고 유럽연합의 공동 이민 정책을 조율함으로써 불법이민을 배제하는 공동정책을 입안 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48 영국과 독일을 비교 분석한 한국학자의 연구 역시 이주 노동자 정책에서 영국과 독일이 공히 저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를 구분하고 서로 다른 권리와 통제를 두 부류의 노동자에 각각 부과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49 즉, 영국은 원래 저숙련 노동자 충원 정책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미 1990년대부터 계절노동자 고용을 중심으로 임시 이주노동자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온 독일의 전례 를 따라 2000년대부터 노동허가제에 기초한 임시이주노동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반면 고숙련 이주노동자의 경우 영국이 1990년대 중반부터 개별 프로그램을 실행해 왔는데 독일은 영국의 전례를 따라 2000년대 들어와서 정책시행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본다. 또 다른 한국학자 역시 2000년 대 이후 세계의 이민정책이 확대와 포섭의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도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초기의 수립단계를 지나 2004년 고용허가제, 2007년 방문취업제 및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 의 시행으로 확대와 포섭의 수렴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50 물론 욥케의 주장이 다문화정책에 초 점을 맞춘 것이라면 한국학자들의 연구는 그 전단계인 이민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서 서로 다른 단계에

48. Hans-Jorg Albrecht, “Fortress Europe? Controlling Illegal Immigration”, European Journal of Crime, Criminal Law, and Criminal Justice, Vol. 10, No. 1(2002), pp. 1-22 : Meng-Hsuan Chou, “The European Security Agenda and the External Dimension of EU Asylum and Migration Cooperation”, Perspectives on European Politics and Society, Vol. 10, No. 4(2009), pp. 541 ~ 559. ,『유럽연구』제 26권 2호 (2008). 49. 김용찬,“외국인 노동력 국제이주 정책의 수렵경향과 원인에 관한 연구 : 영국과 독일 사례연구” ,『한국사회학』제 42 집 2호 (2008). pp. 104 ~ 137. 50. 이혜경,“한국이민 정책의 수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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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 수렴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민정책과 다문화정책의 긴밀한 관계를 생각하면 두 논의는 연속성을 가진다. 이러한 수렴논의는 최근 세계흐름의 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정책이 변화하는 조건으로서 사회문화적 구조와 행위자의 동기를 과도하게 일반화시키는 문제점도 보여주고 있다. 즉 국민국가의 경계 안에서 구조가 갖게 되는 우연성과 정책결정자가 갖게 되는 자율성을 지나 치게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영국과 프랑스, 미국 세 나라 모두에 무슬림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프랑스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헤드스카프 사건이 영국과 미국에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프랑스 에서 불법화되어 있는 공공영역에서의 히잡이나 부르카, 키파, 십자가 등의 종교상징물은 영국과 미국 에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거나 선의로 묵인하는 장식물일 뿐이다. 적극적 차별 시정 정책은 미국에서 이미 196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영국에서는 1970년대에 유사한 정책이 채택되기 시작했고 프랑스는 아직 이 정책의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여전히 공화주의적 통합 원칙의 유효성을 믿으며 미국 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문화갈등에 따른 사회의 파편화를 염려하고 있다. 또한 영국처럼 성공회라는 국교가 존재하면서 종교에 대한 정부지원이 자연스러운 상황을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프랑스는 보편적인 공화주의 제도와 법으로 모든 문화인종 갈등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공식 인구통계에서도 문화인종 관련 사항을 묻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들은 아직도 국민국가의 다문화 및 사회통합 정책이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궤적을 그리고 있으며 그 차이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수렴과 분화 논의에서 더욱 중요한 점은 이민자를 선별하여 제한하고 불법이민을 차단하는 대신 이미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차별금지를 강조하고 통합을 강화하는 최근의 흐름이 사실은 1970년대 초반 석유위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이미 취해왔던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1970년대 초반 이민법의 개정을 통해 사실상 미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종료시켰고 가족재결합의 가능성만을 남겨 둔 바 있다. 그리고 이민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대신 엄격한 이민통제에 대한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에 대한 차별금지와 복지혜택의 증진을 통한 사회통합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그 후 30 년 넘게 걸어 온 길은 전혀 다르다. 결국 차별금지와 시민통합을 강조 하는 비슷한 환경의 제약 아래서 무엇이 이들 나라의 모습을 다르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중요한 것이다. 이 논문의 시도처럼 영국을 자유주의적 심의다문화주의라는 이름 이래 이해하는 것이나 프랑스를 공화 주의적 시민동화주의라는 이름으로 이해하는 것, 미국을 자유방임주의적 선의의 묵인이라는 틀 아래 이해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담론들이 어떻게 정책결정자의 선택 범위를 제한하고 사회적 합의의 공간을 제약함으로써 일정한 방향의 정책을 만들어 내는 구조적인 틀로써 작용하는가를 보여준다. 바꿔 말하 자면, 다문화주의 정책과 사회통합 정책에 대한 제도주의적 접근과 사상적인 접근의 결합은 각국이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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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길 가운데 어떤 역사적 전통이 초기 비용으로 남아 이후의 경로를 제한하고 있는가에 관한 설명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정책을 정당화하는 각국의 이론적인 기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논리 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를 보여줌으로써 각국의 정책에 대해 더 근본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만든다. 물론 각국을 설명하는 이러한 개념들이 현실에서는 다른 모든 접근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자기 모순적으로 중첩되어 나타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51 또한 오늘날 일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지구 화 과정은 각국 사이의 유사성을 증가시킴으로써 구조가 갖는 우연성을 줄어 들게 만들고 정책결정자가 갖는 자율성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결국 행위자의 선택의 변화는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작용 가운데 각국의 정책은 자신들이 걸어온 과거의 경험을 재해석하면서 일정한 분야에서의 수렴과 지속적인 분화를 동시에 경험해 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유사성 과 상이성을 추적하는 뚜렷한 목적과 과학적인 방법을 가지고 비교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우리의 경험을 해석하고 정책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논문은 국가간 비교분석을 위한 틀과 이론적 논의를 개괄적으로 다룬 시론으로서 각 세부 주제에 따라 개별 국가를 분석하는 연구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에 내용을 채우는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면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비교 연구는 우리의 현실에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첫째, 현실정책의 차원에서 각국의 서로 다른 원칙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이해는 우리 사회의 지역이나, 세대, 종교, 이념 갈등을 해결하는데 좋은 사례를 제공해 줄 수 있고 한국의 다문화 정책의 수립과 평가에 중요한 지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차원에서 그 동안 다름에의 권리나 차이의 인정 등 슬로건의 수준에 머물러 왔던 다문화주의 담론에 깊이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다문화주의 담론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학문적 차원에서 고전적인 정치이론 연구주제 이외에 문화를 중심으로 한 이론의 흐름을 고찰함으로써 문헌해석과 역사비평을 넘어서 정치사상 연구의 다원화와 지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51. 김복래,“프랑스, 영국, 미국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교 고찰” , p. 216.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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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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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정착과 이민정책* ▹ 이 정 호 (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관장 )

Ⅰ. 다문화사회로의 진입 1. 외국인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 가. 지난 10년간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빠른 속도록 진행 - 1990년대 약 5만명에 불과 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이 현재는 140만 명으로 증가 - 이는 노동력부족, 국제결혼 증가, 해외동포 입국문호 확대의 결과

2. 인구 감소로 지속적인 외국인 유입이 필요 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감소 문제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함 - 2016년 한국은 15세 ~ 64세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세로 전환 - OECD선진국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p 높아지면 경제성장율이 연간 0.32%p 낮아 짐 - 2020년까지 70만 ~ 140만명의 노동인력 수급불일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

3. 글로벌 시민사회로의 이행이 시작 가.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며 단일민족주의를 유지해온 한국사회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경험 - 노동력 유입으로 경제성장 제고 효과와 이질적 문화와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부상 - 인력수급난이 해소되면서 경제적 편익을 먼저 발생하고, 다문화가 진전되면서 일자리 경쟁, 사회갈등 등의 비용이 증가

Ⅱ. 외국 사례로 본 다문화사회의 편익과 비용 1. 다문화사회의 긍정적 효과 가. 경제적 효과 : 인력수급의 불일치 해소와 경제규모 확대.

1) 이민으로 노동공급이 증가하면 국내산업의 인력난 해소와 자본수익률 제고로 국내 총생산이 증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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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및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서 내국인이 점차 3D 업종의 단순육체노동을 기피하게 되는 것 을 대체 함 - 순이민율이 1%p 증가할 때 경제성장률은 0.1%p 증가 함

2) 해외 노동인력의 유입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규모가 확대 - 상대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활용하는 기업은 투자여력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신규고용 창출력 이 확대 - 1997년 이후 10년간 영국에서 창출된 200만개의 신규고용 중 150만개를 외국인노동자가 창출

3) 이민을 통한 인구증가는 조세기반을 확대하고 내수를 촉진하여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 을 수행 - 사회보험재정의 악화 방지와 고령화로 인한 시장수요 감소를 완화하는 순기능 발휘

나. 사회문화적 효과 :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고

1) 첨단 하이테크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개인의 창의성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2) 이주민이 증가할수록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증진 3) 외국인과 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사회는 융성하고 폐쇄적인 사회는 쇠락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 - 일본이 이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부담하고 있는 기회비용은 3조8,000억엔으로 추산

2. 다문화사회의 부작용 가. 경제적 비용 : 저소득층 취업경쟁 심화와 공공지출 부담 증가

1) 저소득층, 비숙련 노동자인 신규 이주민이 자국의 저소득층과 일자리 경쟁 - 이들이 저소득층,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감소 시킴 - 그럼으로 이민을 반대하는 정치적 갈등이 대두

2)공공재정에 부담을 주는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반이주정서로 발전 - 이주민이 적응에 실패, 빈곤층으로 전락할 경우 사회복지 서비스에 의존할 확률이 높아 재정 지출이 증가

3) 이민으로 국가 내 인종분포가 다양해지면 교육 등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공공재 공급에 대한 합의 도출이 어려워 성장이 둔화 - 각 인종 그룹이 서로 다른 양과 질의 공공재를 요구하면서 공공재 공급에 대한 합의가 곤란 - 집단 간 견해 차이를 조정하는 제도가 취약한 국가 일수록 성장률 하락이 심했다.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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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문화적 갈등 : 규범 충돌로 사회불안 초래

1) 다양한 인종의 유입에 따른 언어, 문화, 종교적 갈등으로 사회통합 비용이 증가 - 이 경우 가치관의 갈등, 문화적 차이를 인정받기 위한 정치적 경쟁이 발생 - 같은 종교, 이념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기에 사회적 네트워크가 분열

2) 종교, 문화의 차이를 사회질서와 생활규범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 - 기존과 다른 종교가 유입되면서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있음

다. 사회적 분열 : 이민자 빈곤화로 사회적 범죄가 증가

1) 교육 및 취업 기회 제한등으로 이민 2세대의 사회적 상향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실업률과 범죄율이 증가 - 이민 2세대가 고용악화로 고용시장에서 먼저 배제되어 사회통합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 - 외국인 인구의 주거지 부족과 실업 문제가 사회적 비용을 초래

2) 민족, 문화 종교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동화주의 정책이 사회분열을 심화 - 동화주의 통합모델은 이민자 문제를 특정 출신국가 또는 종교의 차이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판단하여 차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음 - 이로 인해‘이주나 이민’자체의 문제가 아니라‘이민정책의 부재’ 라는 문제가 발생

Ⅲ. 한국 다문화사회의 현 주소 1. 현실에 비해 소극적인 한국의 이민정책 가. 한국의 외국인정책은 다문화 진전 수준이 높은 해외 주요 이민국가들의 보수적 구조를 답습 -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 우호적 이민정책과 단순인력의 한시적 체류를 허용하는 인력수급정책 이원화

나. 현이민정책은 인구감소 추이와 외국인 비중 등 한국현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정주인구 확대에 소극적 - 인구감소 대비, 성장의 선순환, 사회적 역동성을 제고한다면 단순 노동력이 아닌 영주권, 시민 권을 취득한 정주 인구의 확대가 필요

다. 전문인력 유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미흡한 실정 - 언어, 교육, 의료 등 정주 인프라의 취약성이 문제 - 우수 외국인력은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 법적 문제로 원래 국적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출국 하는 사례가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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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도 우수인력을 위한 영주권 취득요건 완화, 이중국적 허용, 비자 신설(E7)

2. 저숙련 노동자 위주의 고갈등 유입구조 가. 저숙련・단순기능인력 중심의 외국인 증가로 외국인이 사회적 빈곤층을 형성 - 외국인근로자 중 단순기능인력 비중이 90% 이상으로 OECD 평균인 54%를 크게 상회

나. 단순기능인력 중심의 외국인 유입은 인종위계사회를 강화하고 게토화를 야기하는 배경 - 빈곤층으로 전락한 외국인이 한 공간에 집단적으로 거주 할 경우 언어・경제・문화적으로 사회 와 격리된 게토가 형성 됨 -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게토가 고착화 될 경우 심각한 갈등 양상 초래 예상

3. 다문화가정의 취약한 경제기반과 낮은 사회적 이동성 가. 결혼이민을 통해 형성된 다문화가정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 - 농림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다문화가정이 지속적 증가 - 다문화가정 가구소득 28.4% 100 ~ 200만원 / 21.3% 100만원 미만

나. 다문화가정의 취약한 사회이동성도 향후 다문화 통합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 교육울 받지 못하는 다문화자녀가 늘어나면서 경제・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가 되물림되는 악순환 우려됨

Ⅳ. 정책과제 1. 입국문호의 전향적 개방을 글로벌 시민사회를 지향 가. 다문화사회의 경제적 혜택을 높이기 위해 이민을 저극적으로 확대 -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단기노동력 유입 등 소극적 인력수급정책은 한계가 존재 - 양질의 인력을 받아들이고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할 필요

나. 이민자를 사회에 적응시키는 동화주의보다 사회의 구성으로 인정 하면서도 차이를 인정 하는 다문화주의를 지향 다. 인구학적 변화는 한 번 진전되면 되돌리기 힘든 비가역적 특성이 있으므로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변화 초기에 정책방향을 견고히 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

* 이 글은 최홍연구원의 다문화사회 정착과 이민정책 연구 자료를 참조함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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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한 조건들 ▹ 우 삼 열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소장 )

1. 최근 들어 정부의 이주민 관련 제도가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되면서 정책이 퇴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현대판 노예제도’ 라는 비판을 받던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사라졌 지만,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 근무처 이동의 원천적 금지를 제도화하면서 강제노동을 일상화 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 3년까지 맺을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고용허가 제는 고용허가제 하에서의 직장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노동자들은 1년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이 되면 근무처 변경이 가능했었으나, 법 개정 이후부터는 4년 10개월 동안 근무처 변경이 불가능 해졌다. 이주노동자들이 3년 근무 후 체류 연장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반드시 고용주의 추천을 받아 야만 1년 10개월을 연장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현 회사에서 계속 일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운 채 일을 시키고 있다며‘현대판 노예제도의 재등장’ 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가 직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이는 강제노동이자 노예노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정부 정책의 기조가‘외국인력 활용’ 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애초 고용허가제 도입 당시 정부의 정책적 목표가‘기업의 인력난 해소’ 였기 때문에 기업 중심의 정책이 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이와 함께 있었던‘외국인 근로자의 권리 보호’ 라는 목표는 이제 정부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렇듯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지나며 더욱 심화되고 있고, 이주노동자들은 생산수단의 일부로 치부되어 ‘일하는 기계’ 쯤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사회통합을 위한 자유주의적 또는 공화주의적 관점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의 다문화정책에서도 이주노동자는 관심 밖에 놓여 있고, 이들을 사회통합의 대상으로 두고 있 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은 가족을 동반할 권리마저 없기에 이들은 한국에서 사회적 통합 에 앞서 가족과의 통합조차 못하고 있으며, 언젠가 돌아갈(또는 추방될) 대상으로 규정된 이들은 이 땅에서 사회적 존재성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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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2. 본 발제물은 영국, 프랑스, 미국의 다문화정책 및 사회통합 원칙에 대하여 사상적 맥락에서 해석하였 고, 각국의 이주민 정책이 저마다의 문화적 풍토와 사상적인 바탕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이는 각국의 이주민 정책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조망하는 데에도 정책적 시야를 넓히고 있다고 생각된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을 통해 형성 된 시민의식과 민권의식, 그리고 합리주의의 기반이 있다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틀을 벗어나야 하는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상적 바탕이라고 보이며, 이를 위해 미래 지향적인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단견적인 시각에서 볼 때 정부의 이주민정책은 선별적 흡수 통합정책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 이민정책과 관련해서는 고숙련자 우대정책, 동포에 대해서는 포용적 우대정책, 고용허가제 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저임금노동력 배타적 활용정책 정도로 보인다. 결혼 이민자에 대해서는 적응 지원 중심의 가부장적 흡수정책이라고 하겠다. 만일 정부가 이주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들의 사회적, 문 화적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분명한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다면 인종차별 금지의 법제화, 이주노동 자의 가족결합권 보장, 장기 체류자에 대한 정주 허용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발제자께서 현재 한국 사회가 세 나라와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에 대해 평가해 주시기를 요청 드린다.

3. 지난 2012년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의‘인종차별철폐협약’이행 보고서에 대한 평가 후 발표한 최종 권고안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위원회는 고용허가제 하에서‘인종 차별’ 과‘노동착취’ 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하였고, 근무처 변경과 관련하여 이주노동자에게 모든 권리를 보장하도록 법규를 개선하라고 권고하였다. 특히 위원회는‘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하고 피해에 비례하는 처벌을 규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 을 규정한 포괄적인 입법을 채택할 것’ 을 촉구하였다. 또한‘인종주의적 사상을 유포하거나 외국인에 대하여 인종적 혐오를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적발하고 기소하여 처벌할 것’ 을 권고하였다. 이러 한 UN의 입장은 앞으로도 더욱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발제물에서도 평가되었듯이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은 자국의 이해와 필요성에 따라 이민자를 선별하여 제한하고 있다. 또한 이민 과정에서의 통제를 강화하며 이미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에 대 해서는 적극적인 통합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주민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경제적 필요에 따라 활용하려는 현재의 정책 를 통해 이주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며, 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비차별의 제도화’ 합리적이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을 마련함으로써 진정한 다문화 인권사회를 이루어 가기를 희망한다. 정책 간담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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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간담회(Ⅱ) 발

제 : 외국인근로자 (가족 )의 리얼 스토리를 통해 배우는 문제해결의 노하우 최 정 규 (법률사무소 원곡 )


정책 간담회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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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정책 간담회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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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간담회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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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정책 간담회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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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정책 간담회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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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정책 간담회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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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기관 소개 경기도외국인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참여기관 및 오산롯데인재개발원 조감도


경기도외국지원단체 역량강화 워크숍 참여기관 번호

참여기관

연락처

1

부천이주노동자복지센터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 23 -18

032)348 -7575

2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279-1 304호

032)684-0248

3

의정부외국인력지원센터

의정부시 의정부동 582-3

031)838 -9113

4

수원이주민센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3가 128 -13 4층

070 -8671-3111

5

부천이주민지원센터

부천시 원미구 계남로 33-6 근로자종합복지관 3층

032)654-0664

6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남양주시 화도읍 가구단지중앙길 2

031)594-5821

7

파주이주노동자센터샬롬의집

파주시 마무리길 9 2층

031)942 -3760

8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

화성시 향남읍 발안공단로 92 -23

031)8059 -1262

9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55

031)223 -0075

10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시흥시 공단 1대로 259번지 5(정왕동)

031)434-0411

11

성남시외국인주민복지지원센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3042 제일프라자 2층

031)754 -7070

12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김포시 양촌읍 황금로 11번길 52

031)986 -7660

13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안산시 단원구 화정로 26 2층

031)599-1703

14

고려인 야학 너머

안산시 단원구 선부 2동 984-12

070-8628 -7050

15

까리타스 이주민 화성센터

화성시 향남읍 3.1만세로 1134 2층

031)354-5222

16

승리다문화비전센터

고양시 일산서구 송산로 486 -30

031)921-6979

참여기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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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 866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정로 26번지(초지동 667-2) 4층 26 Hwajeong-ro, Danwon-gu, Ansan-si, Gyeonggi-do, 425-866 Korea tel. 031- 492-9347 / fax. 031- 492-9349 / www.gmhr.or.kr



425 - 866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정로 26번지 (초지동 667-2) 4층 26 Hwajeong-ro, Danwon-gu, Ansan-si, Gyeonggi-do, 425-866 Korea tel. 031- 492-9347 / fax. 031- 492-9349 / www.gmh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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