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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트로뉴스] [2018년이 남긴 과제] 외국인 혐오 "내재된 인종차별 직시·극복해야"
조회수 197 등록일시 2018-12-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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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3. 메트로뉴스 이범종 기자 joker@metroseoul.co.kr
원문보기 : http://www.metroseoul.co.kr/news/newsview?newscd=2018122300093

[2018년이 남긴 과제] 외국인 혐오 "내재된 인종차별 직시·극복해야"

#1. 어느날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인 부부가 택시에 탔다. 택시 기사는 남편에게 "국산이에요? 외국산이에요?"라고 물었다. 아내는 못 들은 척 했지만, 거듭된 질문에 남편은 "사람이 물건이냐. 왜 그렇게 묻느냐"고 따졌다. 택시 기사는 사과하지 않고, 외국인으로 보여 물었을 뿐이라고 대꾸했다.

#2. 몽골 출신 이주여성 진모 씨는 딸과 함께 소아과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고향 부모님과 통화했다. 한국인 여성은 그에게 "너희 나라에서 떠들어. 재수 없게 이 병원 안 되겠네. 물 흐려놔서"라고 말했다. 자신의 자녀를 향해서는 "저런 애들이랑 어울리면 안 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자란 진씨의 딸은 울었다(이상 '2018 인종차별보고대회 자료집').

▲ 한국사회 곳곳에 퍼진 인종차별 의식은 예멘 난민 혐오와 연관된다는 지적이다./픽스타

뿌리깊은 외국인 혐오가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직시와 관련법 정비, 교육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스리랑카인 니말(Nimal) 씨는 지난해 2월 10일 화재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18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영주자격(F-5)을 받았다. 이날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사무소 앞에서 1998년 스리랑카인이 저지른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과 니말 씨의 불법체류 전력 등을 들어 그에 대한 영주권 부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올해 가장 뜨거운 감자는 예멘 난민이었다. 지난 5월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인 500여명이 한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자, 사회 곳곳에서 각종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급기야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외국인 범죄를 우려한 난민신청허가 폐지 청원에 71만4875명이 참여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국민 보호와 합리적인 난민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같은달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는 블로그에서 난민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댓글에는 "당신들 같은 인권팔이 덕분에 대한민국이 망해간다"는 혐오 표현이 줄줄이 달렸다.

◆생활 밀접한 곳곳서 비하·무시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에 비해 한참 낮은 모습을 보인다. 대검찰청의 '2017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 범죄자 202만196명 가운데 외국인은 4만3463명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법무부 역시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체류 외국인 수는 218만498명으로 2016년(204만9441명)보다 약 6.4% 늘었음에도 외국인 범죄는 같은 기간보다 약 17.6% 줄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난민에 대한 혐오 정서에 정부도 기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의 백가윤 씨는 7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인종차별 보고대회에서 "6월 1일자로 예멘을 무비자 불허국에 추가한 법무부의 조치는, 난민들을 육지로 올라와서는 안되는 위험한 존재로 낙인 찍었다"며 "사람들 사이에 두려움이 증폭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차별은 일상 곳곳에서도 이어진다. 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가 보고대회에서 발표한 '경기도 인종차별 실태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외국인 신분에 따른 차별이 83건,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 58건, 피부색 등 외모에 따른 차별 29건, 종교 등 타문화에 대한 차별 15건 등이 조사됐다. 2016년 진행된 모니터링은 7개국 출신 14명의 이주민 당사자가 조사자로 참여해 185건의 유효 사례를 모은 결과다. 차별이 일어난 장소는 ▲학교와 학원 등 교육시설이 34건 ▲직장 31건 ▲옷가게와 식당 등 상업시설 27건 ▲근린 26건 ▲구민센터와 법무부 등 제도 공간이 20건 ▲대중교통 18건 ▲사적 공간 18건 ▲병원 8건 ▲미디어 5건 ▲종교와 NGO 3건 등이었다.

센터는 특히 반편견·반차별 학습이 있어야 할 교육 공간과 권리 구제가 이어져야 할 공공기관에서의 인권침해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차별 행태는 무시·비하·모욕·혐오가 53건으로 가장 많았다.

▲ 한국인은 세계를 석권한 '미국의 눈'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유사 백인 의식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출신 국가와 종교, 문화, 언어, 체류 자격 등에 기초한 차별을 막기 위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유토이미지

◆'유사백인' 시각으로 외국인 차별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인종차별의 뿌리가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 1876년 이후 시작됐다고 본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한국사회 인종차별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르면, 강화도 조약 이후 개항과 더불어 서양인이 가진 인종주의가 급속히 퍼졌다.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을 정복하고 흑인을 노예로 부리는 백인에게 개항 당한 조선의 엘리트들은 인종서열 의식을 재빨리 받아들였다. 선진 문화를 이룩한 백인을 따라가지 않으면 흑인처럼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중국·일본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인 자강파의 시각이, 열등한 조선 인종이 '황인종의 맹주'인 일본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친일파의 논리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해방 이후에는 세계를 석권한 미국 대중문화가 무차별 수입되면서 미국의 눈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졌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백인, 흑인은 범죄자, 이슬람은 테러와 야만의 종교라는 '복제된 오리엔탈리즘'이 형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인에 대한 선망은 백인과 비슷한 사고로 그들과 비슷해지기를 바라는 '유사 백인 의식'으로 발전해 비백인끼리 차별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근대국가가 단일민족을 강조한 점 역시 배경으로 작용했다. 단일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다름'에 대한 경계심과 배타성으로 나타났고, 제대로 된 비판과 극복도 하기 전에 '인종주의는 나쁘다'는 인식과 다문화주의 찬양이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박경태 교수는 글에서 "과연 제대로 된 비판 없이 지나간 인종주의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겠느냐"며 "국적에 의한 차별, 체류자격에 따른 차별, 계급과 계층에 기초한 차별이 뒤섞여 비춰지지만, 우월한 한국사람에 비해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혀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종차별 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며 "출신 국가와 종교, 문화, 언어, 체류 자격 등에 기초한 차별을 막기 위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범종 기자( joker@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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