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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비뉴스]뒤틀린 ‘가족’의 의미를 묻다
조회수 67 등록일시 2020-03-02 17:42
첨부파일
2020.02.29.단비뉴스
원문보기 :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00

뒤틀린 ‘가족’의 의미를 묻다
[씨네토크] 미스터리 추리극 ‘나이브스 아웃’

장은미 기자  josinrunmi@naver.com

‘가족같이 일할 직원 구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3D업종에 이민자를 고용하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애용한다. 고용노동법에 정의된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을 지키지 않는 고용주는 단골 뉴스 아이템이다. 지난해 12월 광주 CBS는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를 고발한 내용이다. 이들은 씻을 공간도 없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했다. 세 끼를 라면으로 때우거나, 소금 간을 친 생선으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많았다. 최저임금 8,350원은커녕, 시간당 5천 원을을 받으면서, 장시간 노동을 했다. 시간외수당은 언감생심이다. ‘사장님’은 가족이 없거나, 아니면 가족의 뜻을 모르는 듯했다.

‘가족이나 다름없어’라는 허망한 구호

  

▲영화 제목 <나이브스 아웃>은 ‘칼을 꺼내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을 것이다. 끝이 향하는 대상이 처음 할란에서 마르타, 랜섬으로에게로 계속 이동하면서 영화는 새로운 형식의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로 탄생한다. ⓒ 라이언스게이트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줄곧 브라질 출신 마르타(아나 디 아르마스 분)의 ‘이민자’ 정체성에 주목한다. 그는 85세의 유명 미스터리 작가 할란의 간병인으로 일한다. 마르타는 불법체류 중인 자기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낡은 스웨터에 스니커즈 신발을 신고 있으며, 겨우 굴러가는 차로 출퇴근한다. 반면 마르타의 또래 할란의 손녀 멕은 좋은 옷을 입고 할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사립학교에서 공부한다. 손자 랜섬도 변변한 직업도 없이 놀고먹으며 비싼 차를 자주 바꾼다.

영화는 할란이 칼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가족은 그가 받는 막대한 저작권 수입에 기대어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해 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방탕한 사람들이다. 할란은 자기 생일을 축하하러 모인 가족에게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는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한다. 그들 모두 살인 용의자임을 암시한 복선이다. 그들은 경찰에게 거짓말을 둘러대고, 카메라는 그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좇는다. 사건을 해결하러 온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분)은 마르타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선다. 할란의 죽음으로 직장을 잃는 간병인 마르타가가 유일하게 ‘손해’를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할란의 가족은 마르타에게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할아버지 유산으로 계속 돌봐주겠다고 말한다. 이후 스토리텔링은 그들이 ‘2등 시민’인 마르타에게 보인 선의가 위선임을 드러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가난한 이민자를 향한 혐오

할란 가족들은 서로를 못마땅해 한다. 그들의 관심은 유산상속에 쏠려있다. 가족 중에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있다면, 자기 몫이 많아지게 되므로 금상첨화인 상황이다. 그렇게 시작된 눈치싸움은 변호사의 유언장 낭독으로 급기야 몸싸움으로 치닫는다. 우아함은 간데없고 탐욕으로 이성을 잃는다.

우리는 ‘아버지’의 자식으로, 아버지의 것을 당연히 물려받는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저절로 국민으로 권리를 획득하는 것처럼. 아동에서 청년, 노인이 되기까지 생애 주기별 필요한 수당을 요구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라고 국가에 요구한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할란이 일궈놓은 부를 당연히 누리는 그들의 가족처럼.

  

▲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줄곧 브라질 출신 마르타(아나 디 아르마스 분)의 ‘이민자’ 정체성에 주목한다. 그는 유명 미스터리 작가 할란의 간병인으로, 낡은 스웨터와 스니커즈 신발가 그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반면 마르타의 또래인 할란의 손녀 멕은 좋은 옷을 입고 할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사립학교에서 공부한다. 그 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 라이언스게이트

이 권리는 이 땅에 발을 디딘 이민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의 강력한 배경이 된다. 혐오와 차별이 모든 이민자에게 향하지는 않는다. ‘잘사는 나라’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잘사는 나라는 곧 힘 있는 나라를 의미한다. 가난한 나라는 그 반대다. 이민자의 노동과 인권 보호는 그가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갈린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내버린 채 목숨 걸고 노동을 해야 한다.

총리 출신 제1 야당 대표는 지난해 7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국인들이 세금도 안 내고 기여하는 것도 없는데 똑같이 임금을 줘야 하냐”고 했다. 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관리 소홀과 열악한 근무환경, 직장 내 차별과 폭행 등에 상시로 노출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1일에는 경북 영천 한 파견업체가 베트남 부부에게 온종일 농장 일을 시키고 가짜 돈으로 임금을 지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들의 신고를 도운 지역 이주노동자 시민단체는 이 업체가 수십 명 이주노동자에게 이런 방식으로 돈을 지급해왔고, 총 3~4억의 피해 금액이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렇듯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는 무시된다. 인권 해소를 위한 노력은 더디고 반인권적 상황은 곳곳에서 계속 일어난다.

‘내 집, 내 규칙, 내 커피’의 의미

이민 노동자 마르타와 할란의 가족의 상황은 역전된다. 할란이 자기 혈육이 아닌 마르타에게 전 재산을 상속하고, 할란의 살해범이 가족 중 누군가로 밝혀져서다. 할란의 상속자는 핏줄을 나눈 가족이 아니었다. 할란의 ‘진짜 가족’은 눈을 마주하고 그와 마음을 나눈 마르타였다. 물론 할란의 가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할아버지와의 농밀한 관계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폭력과 협박을 동원한다. 마르타에게 살인 혐의를 뒤집어씌울 작당도 한다.

영화에는 ‘내 집, 내 규칙, 내 커피’(My House, My rules, My coffee)’라고 적힌 머그컵이 중요 소품으로 등장한다. 2층 베란다에서 이 컵을 들고 있는 마르타는 집 밖에 서 있는 할란의 가족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주인이 뒤바뀐 것 같은 미장센이다.

그러나 영화는 공동체적 희망을 잃지 않는다. 탐정의 대사를 통해 마르타가 결코 자신만을 위해 그 유산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할란은 자기 가족에게 유산을 물려주면 가족들이 망가질 것을 알았다. 그러나 순수하고 착한 마르타라면 지혜롭게 자기 가족을 돌봐줄 것을 예상한 것이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미국은 인디언의 땅을 빼앗고 '신대륙'이라 이름 붙였다. ⓒ MBC 뉴스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반복적인 대사를 통해 이민자를 배척하는 ‘트럼프’와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과거 미국은 인디언의 땅을 빼앗고 그 땅을 차지했다. ‘신대륙’이라 이름 붙였지만, 그 땅에는 이미 사는 사람이 있었다. 탐욕스러운 이민자에게 단지 그들은 짐승으로 여겨졌다. 트럼프는 국경장벽을 높이 쌓아가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행정명령도을 추진 중이다.

“당신들이 여기 원래 주인이었다고? 그런 오만한 생각은 버려. 인간답게 행동해.”

영화는 주인의식 가득한 이들을 혼내는 것 같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가족처럼’ 일하는 사장님들이 꼭 보셔야 할 영화다. 아, 제1야당 대표님도 함께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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