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성매매 강요받았어요”…위험에 노출된 이주 여성들 [인신매매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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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댓글 0건 조회조회 178회 작성일 24-07-31 09:49본문
2024.7.30.경기일보
원문보기 :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729580336
“성매매 강요받았어요”…위험에 노출된 이주 여성들 [인신매매 보고서]
시행 1년 넘었지만, 처벌 규정 미흡으로 성매매 등 여전… ‘반쪽짜리 법안’ 최근 5년 인신매매 범죄 총 2천837건, 경기 743건 최다… “보호 조치 시급”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한 기획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가수 모집 게시글 갈무리
인신매매는 더 이상 ‘사람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성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 또한 인신매매에 해당한다는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주 여성들은 여전히 인신매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흡한 탓이다. 7월30일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을 맞아 경기일보가 인신매매의 현주소를 살피고 대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1.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던 필리핀 국적 A씨(20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수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봤다. 예술흥행(E-6)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 그는 경기지역의 한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A씨의 부푼 꿈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 업주는 오자마자 A씨가 오자마자 여권을 빼앗고 손님들에게 술을 팔도록 강요했다. 한 달 동안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일은 새벽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지만 그녀가 손에 쥔 돈은 고작 80만원. 결국 A씨는 도망쳤고,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2. 최근까지 평택에 있는 외국인클럽에서 일을 했던 B씨(23·필리핀)도 그곳에서의 기억은 악몽과 같았다고 호소했다. B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봤고 한국으로 올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으로 오자마자 기획사에 빚을 지게 됐다. 한국에 오기 위해 들었던 비용을 갚아야 한다는 것. B씨는 돈을 벌기 위해 속옷만 입은 채 손님 앞에서 춤춰야 했고, 계속된 성희롱 발언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업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받기도 했다. 그는 기획사에 클럽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이곳을 나가면 바로 불법체류자가 된다”는 겁박뿐이었다.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 미흡으로 성 착취 등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반쪽짜리 법안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시행된 인신매매방지법은 형법상 ‘매매’로 한정했던 인신매매를 확대해 성매매와 성 착취, 노동력 착취 등을 위해 폭행하거나 강요하는 모든 행위로 규정했다. 사람을 사고파는 것만 인신매매로 한정하는 것은 범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신매매방지법이 새로 생겼지만 가해자 처벌은 기존 형법 조항에 따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주 여성들의 인신매매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2018~2022년) 인신매매 관련 범죄 발생 건수는 총 2천837건인데, 이 중 경기지역이 743건(26%)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은 “생계가 절박한 외국인 여성들은 가해자를 처벌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숨어서 일을 하거나 부당한 현실에 순응하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신매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민주 기자 오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