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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모습·문화 달라도 다문화 품은 ‘우리’... 경기도 미래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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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댓글 0건 조회조회 260회 작성일 23-11-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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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1.경기일보

원문보기 :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31109580192


모습·문화 달라도 다문화 품은 ‘우리’... 경기도 미래 활짝


외국인 근로자도 소중한 동료... 서로 우대·존중 미등록 이주민 양성화도 고민... 인식 개선 함께 걸어가야

외국인도 ‘경기도민’이 된 시대, 다양한 인종과 문화는 서서히 우리 삶에 녹아들고 있다.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또 이웃으로 그들은 어느새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왔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 속도는 더디다. 조금만 생김새가 달라도, 조금만 한국어가 서툴러도 우리 눈에는 편견이라는 색안경이 씌워진다. 경기일보가 1만호 발간을 맞아 편견 없이 ‘우리’라는 울타리 안으로 그들을 받아들인 이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image안산시 단원구 원곡초에서 이주배경 학생들이 선생님의 동작에 따라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조주현기자

 

■ ‘우리’ 학교 학생이 된 아이들

 

경기 안산의 원곡초등학교 5학년 4반 교실. 모니터 속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익숙한 듯 “이순신”이라고 외쳤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동작에 따라 “위!” “아래!” “옆!”이라고 소리치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이 한 교실에 앉아 웃고 떠들며 함께 공부하는 모습은 여느 한국 초등학교의 교실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이들의 국적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총 17개국 출신으로 중국과 러시아 국적 비율이 높다. 교실 한 편에는 기본적인 의사 소통을 위한 ‘생존 한국어’라는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누군가에겐 다소 낯설어 보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곳에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이다. 이 학교만 해도 전교생 440명 가운데 약 95%인 420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다문화 학생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다문화 학생들이 어느새 ‘우리’ 학교의 학생이 되고 있다.

 

안복현 원곡초 교장은 “최근 충청도와 경상도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로 견학을 왔다. 그 지역에서도 다문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온 것”이라며 “점차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게 보편적인 모습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고 사회에 진출하면 우리 사회도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image이주노동자와의 상생을 실천, 올해 경기도지사 표창장을 받은 ㈜세운의 한국인∙외국인 근로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홍기웅기자

 

■ ‘우리’ 회사 직원이 된 동료들

 

안산에 위치한 업소용 냉장용품 제작회사인 ㈜세운에는 약 3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날에도 공장 곳곳에는 여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부분 한국어가 서툴러 대화는 힘든 수준이었다.

 

영어로나마 대화가 가능했던 건 필리핀 출신 나단(가명)씨였다. 그는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느냐?”는 물음에 “1년 됐다”고 답했다. 이어 “이곳에서 사는 게 어떠냐?”고 묻자 “재밌다. 안산이나 시흥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기도 한다. 이곳 사장님도 잘 해주셔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8년 설립 초기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했다.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성실함 덕분에 회사는 날로 성장해 지금껏 규모를 키우며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5월에는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로부터 이주민 모범 고용 사업장으로 선정돼 경기도지사 명의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오일성 대표는 “외국인들은 이제 우리 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인적 자원이자 동료가 된 지 오래”라며 “임금이나 복지가 비슷한데도 이직도 안 하고 오래 일해줘서 고맙다. 서로 존중하고 우대하는 분위기 덕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그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체류 외국인은 약 220만명, 그 중 약 40만명이 ‘불법체류자’라 불리는 미등록 외국인이다.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주민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어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해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법무부가 지난해 말부터 길거리나 사업장에서 미등록 이주민들을 단속해 출국 조치했다. 그럼에도 그 수는 더 늘었다. 음성화됐다는 의미”라며 “정부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이들을 양성화해야한다. 10년 이상 성실하게 일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엄격한 기준을 갖고 심사를 거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그러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더 데리고 오겠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도 진행 중이다. 생산가능인구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지방소멸 얘기도 나온다”며 “더 많은 이주민들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정착한 미등록 이주민들을 양성화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적응이 끝난 이들이 한국에서 정식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지역에서도 이 같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