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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막장범죄 피해 다반사…외면·무시가 일상인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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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댓글 0건 조회조회 1,938회 작성일 18-05-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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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스카이데일리 나수완 기자 | swna@skyedaily.com
원문보기 :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73831

[이슈포커스]-대한민국 여성복지 사각지대(上-성범죄)

막장범죄 피해 다반사…외면·무시가 일상인 그녀들

성희롱·성폭행 피해에도 속수무책…신고자 대놓고 외면하는 경찰들

얼마 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는 ‘몰카범죄 편파수사 논란’을 규탄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여성들은 분노를 의미하는 붉은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는 ‘여자도 사람이고, 여자도 국민이다’는 구호를 연신 외쳐댔다. 얼굴을 가린 이유는 외모평가로 인한 성희롱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당당히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량을 펼쳐내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여를 동일선상에 두지 않고 차별하는 자세를 취한 사회적 시선들이 남아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스카이데일리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금주 이슈포커스 키워드로 ‘대한민국 여성복지 사각지대’로 선정하고 국내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여성, 여성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여성 등의 인권 피해 실태를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write_btn2.gif

20180522152237_kpyfebzr.jpg ▲ 돈을 벌기 위해 낮선 한국으로 온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이 성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성범죄 피해를 당해도 여러 가지 제약사항으로 신고를 꺼려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자신까지 피해를 입을까 피해를 호소하지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한국서 돈을 벌기위해 생활하고 있는 여성 외국인 근로자 ⓒ스카이데일리

 

20180522224332_wzfdkqod.jpg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배수람·나수완·배태용 기자] “혼자 남겨진 아들 생각해야지”, “짤리고 싶냐”, “우리 애인할까”, “같이 모텔가자”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이 주변 남성들로부터 쉽게 듣는 말들이다. 낯선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은 각종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혹시나 자신도 피해를 입을까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피해 여성 노동자들은 “경찰도 소용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거나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타국 땅에 홀로 놓인 외국인 여성들은 오늘도 어둠의 손길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껴안고 더듬어도 혼자 끙끙…성폭행·성희롱 속수무책 당하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
 
경기도 시흥의 한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쯔엉(40·여·가명) 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하나뿐인 아들을 중국에 남겨두고 지난 2007년 혈혈단신으로 한국을 찾았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무작정 한국행을 택한 까닭에 처음에는 우리말에 서툴렀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생활에 대해 그녀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고 소개했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공장에 취직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코리아드림은 순탄하게 시작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악몽은 머지않아 찾아왔다. 쯔엉 씨는 “하루는 선배가 불러 따라가 보니 지하 보일러실이었다”며 “당시만 해도 한국말을 잘 못했기 때문에 단순히 보일러 작동법 등을 알려주겠거니 하고 순순히 따라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녀는 “각종 버튼을 켜고 끄기를 반복하더니 갑작스레 뒤에서 날 껴안더니 가슴과 허리 그리고 주요부위 등을 구석구석 강제로 더듬었다”며 “싫다는 말 정도는 할 줄 알아서 소리치고 저항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이후 옷까지 벗기려 하길래 뿌리치고 사력을 다해 도망쳤다”고 말했다.
 
20180522152322_bdpxvuee.jpg ▲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명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공장, 농장, 식당, 가정부 등 소위 말하는 ‘3D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생활하는 다수의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생활 중 성범죄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은 한국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어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내가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중국에 홀로 있는 아들만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나중에 한국말을 좀 알게 되고 생각해 보건데 당시 선배는 뿌리치려는 내게 ‘조용해라’, ‘일 못하게 만든다’, ‘아들생각 해야지’ 등의 말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안산 단원구 원곡동에 거주하며 인근의 공장에 다닌다는 애비가일(26·여·가명) 씨는 외국인 여성노동자들은 갖은 성추행과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남성들이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을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줄 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녀는 “하루는 버스카드를 충전하기 위해 지하철 충전기계 앞에 서있었는데 한 남성이 다가와 허리춤을 만지고 후다닥 도망갔다”며 “심지어 직장 내에서도 한국동료들이 모텔을 가자거나 애인을 하자거나 하는 등의 성희롱에 가까운 말을 일삼고 몸을 더듬는 등 치근덕대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충을 전했다.
 
외국인인권지원센터의 상담자료집에 따르면 외국인 여성 노동자를 상대로 한 성희롱 사례는 비일비재 한 편이었다. 심지어 임신을 한 여성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하러 온 사람이 어떻게 임신을 할 수가 있느냐”며 “불량품이다”고 언급한 사례도 있었다. 숙소에 침입해 잠들어 있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에 입을 맞추고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의 사례도 존재했다.
 
외국인인원지원센터 관계자는 “성범죄 조사는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증거가 되는데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은 말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면서 “확실한 증거가 될 만한 녹취·사진 등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가해자가 무혐의처분이라도 받게 될 경우 역으로 무고죄로 피소되거나 일자리를 잃는 등 불이익 당할 확률이 높아 신고를 꺼려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여성 노동자 외면하는 경찰들…상대방 가리킬 땐 손가락 까딱까딱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이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언어가 안통해서(23.2%)’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통역·번역 등의 기본적인 지원조차 미비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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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 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외국인노동자 거주비율이 높은 안산시 원곡동의 다문화특구도시 ‘국경 없는 마을’을 찾았다. 다문화안전경찰센터 앞에서 난감한 표정의 러시아인을 만날 수 있었다. 인근에서 거주 중이라는 러시아인은 “신고할 일이 있는데 센터 내에 아무도 없고 센터 앞에 설치된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수차례 시도 끝에 전화가 연결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경찰은 “그곳에서는 사건 접수가 되지 않으니 인근의 원곡파출소로 오라”고 짧은 답변을 남겼다. 파출소를 향하는 이들과 동행해봤다. 이곳 센터에서 파출소까지의 거리는 약 700미터였다. 걸어가는 데만 약 15분 가까이 소요됐다.
 
파출소에 도착해 어렵사리 경찰과 마주한 외국인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설명했지만 이번엔 경찰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의사소통이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제3자와의 전화통화를 거쳐 사건을 접수받았다.
 
이름만 다문화특구였지 정작 외국인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미비해보였다. 경찰들은 파출소를 찾은 외국인을 상대로 손가락만 까딱까딱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경찰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태도·언행 등이 다소 무례해 보이기까지 했다. 외국인 민원인이 열심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몇몇 경찰은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에만 집중했다.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다 기자임을 밝히고 경찰에 “외국인이 특히 많이 거주해 다문화특구로 지정된 곳에 위치한 파출소에 최소한의 통역인력 조차 없는 것이냐”고 묻자 파출소 관계자는 “절차가 좀 복잡하고 느리긴 하지만 통역은 전화로 이뤄진다”고 답했다.
 

외국인 여성근로자들이 언어를 이유로 성폭행 신고를 꺼리게 된다고 설명하자 경찰은 “피해자들이 신고 후 받을 불이익 탓에 신고를 꺼려하는 마음가짐이 문제다”면서 “제도·법 등은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20180522152347_frugwvcy.jpg ▲ 다문화 특구도시로 지정된 ‘국경 없는 마을’은 전체 주민 중 70~80%가 외국인이다. 하지만 다문화안전 경찰센터 등 외국인을 위한 지원시설 시스템이 미흡한 상태였다. 사진은 신고접수를 위해 다문화안전 경찰센터를 찾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 전화도 부재중 상태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들(왼쪽)과 외국인을 부를 때 손가락으로 ‘까딱’하며 부르는 경찰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외국인인권센터 사례에 따르면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의 피해구제 관련, 미비한 시스템 문제는 비단 경찰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 노동자의 경우 사업주 등을 고발하기 위해 노동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담당자가 없었고 노동청 직원들은 스마트폰 번역기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시도하려 했다. 신고자는 자신의 이야기가 잘 전달이 됐는지 그들이 이해를 온전히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노동청 직원이 신고를 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개인 통역사를 데려오라”며 두 번이나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통역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루 40만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어려운 주머니사정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사실 상 신고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인권센터 박선희 국장은 “다문화특구로 지정해두고 외국인들의 민원에 신경 쓴다는 말은 쉽지만 그야말로 말 뿐이고 보여주기 식이지 실상은 미흡한 부분 투성이다”면서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신고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박 국장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그들의 장벽을 알아채기 위해서라도 쉽게 설명하고 자유롭게 입장을 표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관련 인프라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만약 피해사실이 확실할 경우 불법체류자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보호를 위해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강혜숙 대표는 “외국인노동자가 피해자일 경우 당장의 추방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수시로 고지하고 범죄와 관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성범죄의 경우 즉각 피해자를 분리시키고 피해자가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도 피해자의 작업장 변경신청을 쉽게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수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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